[보존] “진짜 되는거 맞아?”…’모기퇴치 앱’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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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퇴치프로그램, 효과 있을까?
“진짜 되는거 맞아?”…’모기퇴치 앱’의 진실

올 여름도 모기퇴치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다. 지난 2000년초부터 이를 쫓는 SW가 등장한 것을 보자. 향을 피우고 살충제를 뿌리고 모기장을 치는 노력보다 간편하게 모기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나오기 전에 휴대폰용으로도 있었고, PC용 프로그램도 있었고, 프로그램 나오기 전에는 그냥 ‘모기 쫓는 소리’라는 음악 파일도 있었다.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모기에게 귀한 피를 내주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니 솔깃한 얘기지만, 일명 ‘모기 쫓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내친 김에 그 원리와 과학적 근거를 알아보고 일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검토해 봤다.

■작동 원리 천차만별, 누구 말이 맞나

기본적인 발상은 “전자기기 스피커를 통해 모기들이 꺼리는 주파수대역 소리를 내서 모기를 쫓아”내는 것이다. 출시된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보면 실내외를 구분하는 SW도 있고 도시, 산간, 해안, 농촌 등을 설정하기도 한다. 사람에게 들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별 일관성이 없지만, 프로그램 설명에 따라서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모기에게 치명적인 초음파 공격 SW’다. 살충제나 전자모기향처럼 ‘모기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애플리케이션 설명을 보면 “최소 볼륨으로 설정해도 모기에게 치명적인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되도록 볼륨을 작게 설정해 달라”고 한다. 불필요한 살생은 가급적 피하자는 자비심이 엿보인다.

두번째 유형은 ‘모기들이 좀 싫어하긴 하지만 그다지 치명적이지는 않은 고주파 발생 프로그램’이다. 사람은 들을 수 없는 고주파음이지만 모기나 기타 해충에게는 들리는 소음이 날아다니기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어떤 프로그램은 “계속 쓰다가 모기들이 적응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며 “50분 사용, 10분 휴식을 권장”한다. 군대에서도 쓸 수 있을 듯하다.

세번째 유형은 모기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대신 곤충학적 특성을 이용한다. “(사람 피를 노리는) 산란기 암컷 모기들은 수컷 모기를 싫어해서, 수컷이 내는 소리와 같은 주파수를 발생시켜 ‘피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사단법인 한국곤충학회 임상실험을 통과해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거 농담이라기엔 꽤 진지하다.

■진짜 효과와 문제점

결론부터 말하면 위 세가지 유형 가운데 마지막이 진짜다. 곤충학적 연구에 따르면 인공적으로 만든 수컷 모기 소리로 암컷 모기를 쫓을 수 있다. 알을 만들기 위해 동물 피를 빠는 산란기 암컷 모기들은 수컷이 날갯짓을 통해 내는 주파수(frequency)에 해당하는 소리를 본능적으로 피해다닌다. 이미 수컷 모기와 교미해서 정자를 얻을 필요가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가지 단서가 붙는다. 모기소리 주파수는 암수, 모기 종, 나이마다 다르다. 쫓아낼 모기 종류와 상태에 맞는 소리를 내야 한다. 모기소리 주파수는 250~1천헤르쯔(Hz)사이 정도로 알려졌다. 그리고 수컷 모기 소리가 암컷보다 평균 150~200Hz 정도 높다. 즉 450Hz 정도 주파수로 날갯짓하는 암컷 모기를 쫓고 싶다면 600Hz~650Hz 정도 주파수에 해당되는 소리를 만들면 된다.

또 애플리케이션을 쓰더라도 살충제와 모기향, 모기장 등 다른 수단을 같이 써야 한다.

한국곤충학회 부회장 이동규 박사는 지난 2006년 실제로 관련 연구 논문을 통해 “(암컷 모기가 수컷 날개 소리에 반응하는 것은) 서로 같은 종이어야 하고 모기 상태와 나이에 따라서도 효과가 달라진다”며 “동종 암컷모기 약 33%만이 수컷 소리를 기피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건이 모두 맞더라도 모기에 물릴 확률은 3분의1만 줄어든다는 얘기다.

실험 상자 안에서 단계별로 조정한 다양한 날갯짓 소리 주파수에 따른 수정된 북미 집모기 암컷 퇴치효과(Repellency of inseminated Culex pipiens female to various wing-beat sound frequencies in modulated intensities in a flight chamber)라는 논문이니 궁금한 사람은 직접 찾아 읽어 보자.

주파수가 다른 여러 종류 모기가 섞여 있다면 효과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전세계 모기 종류는 2천500종이 넘는다. 현재 시중에 나온 애플리케이션은 한 번에 한 주파수 대역 소리만 만들어낼 수 있다.

■엉터리 앱에 속지 말 것

최근 유행처럼 출시되고 있는 모기퇴치 애플리케이션들은 그 기능과 효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무료 프로그램이라면 사용자들이 재미삼아 써 볼 수도 있지만 기능과 효과에 비해 폭리를 취하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가릴 필요는 있다.

과학적인 근거에 충실하게 만들었는지 여부는 제작자만이 알 것이다. 한 무료 애플리케이션 제작자에게 직접 메일로 문의한 결과 “앱에 사용된 소리는 몇년 전부터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사운드 파일을 넣은 것”이라며 “확실한 효과를 입증할 수는 없지만 의외로 효과를 봤다는 리뷰도 있어 놔뒀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과 올해 사이에 등록된 아이폰용 무료 프로그램은 ‘모스코일’, ‘이놈의 모기’, ‘모기 접근금지’, ‘형이야 모기 머리박아’, ‘모기 담배’ 등이다. 유료 프로그램 ‘Q모기’, ‘모기퇴치 스마트 플러스’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볼 수 있다. 영어 ‘Mosquito’로 검색하면 더 많이 나온다.

국산 프로그램은 주로 실내외, 도시와 농촌 등 2~5가지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 지역마다 모기 종류가 다를 수 있으니 환경에 맞는 장소를 골라 실행해 보라는 설명이다. 주파수가 다르면 다른 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장소를 바꿔도 같은 소리가 난다면 엉터리다.

해외 프로그램중에는 장소가 아니라 주파수를 조절가능한 ‘안티 모스키토 램프(Anti Mosquito Lamp)’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2만Hz 이상을 설정할 수 있지만 엉터리다. 이 박사가 논문에서 인용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2만~7만Hz 사이 초음파는 모기에 안 물리게 하는데 효과가 없었다”고 나온다. 애초에 초음파는 벌레를 쫓는 효과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박쥐나 돌고래를 성가시게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100809 모기퇴치 앱의 존재 인지 후 취재 100810 작성 완료 200613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