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추억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길잡이가 만능 AI 챗봇으로 부활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클리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도우미 캐릭터의 원조격인 클리피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다국적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민간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자사 클라우드 ‘애저(Azure)’ 기반 AI 서비스와 기업용 AI 기술 상용화에 더 속도를 낸다. 오픈AI가 2022년 12월 1일 시범 서비스로 선보인 ‘챗GPT(ChatGPT)’와 같은 챗봇 형태의 초거대 AI 기술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전략을 발전시키는 핵심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오픈AI의 기술이 MS의 미래 신사업 첨병이 될 뿐 아니라 기존 제품·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성요소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MS 제품·서비스 중에서도 인터넷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선두 업체인 구글과 큰 격차로 2위를 달리는 ‘빙(Bing)’ 검색이나, 수많은 기업에 도입된 프로그래밍 도구, 업무용 프로그램, 운영체제에 오픈AI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

“MS, 오픈AI에 100억 달러 투자해 자금 회수 후 49% 지분 보유할 것”

2023년 1월 23일 MS는 “다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로 AI 기술 발전의 돌파구 마련을 가속화하고 그 혜택을 세계에 널리 공유하기 위해 우리가 오픈AI와 맺은 장기 파트너십의 제3단계를 발표한다”면서 “이번 계약은 우리가 앞서 2019년과 2021년에 단행한 투자의 후속 조치로 AI 슈퍼컴퓨팅과 연구 전반에 걸쳐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협업을 확장하고 AI 기술 발전 성과를 각자 독립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S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챗GPT뿐 아니라 앞서 공개된 프로그래밍 보조 도구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말로 설명한 그림을 뚝딱 그려내는 ‘달리2(DALL·E 2)’ 또한 오픈AI 기술과 애저 클라우드를 활용해 개발된 신개념 AI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지난 2015년 12월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됐고 2019년부터 부분적인 영리 활동이 가능한 법인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해 MS가 처음으로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2020년부터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으로 오픈AI 전용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AI 모델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2021년에는 양사 협력에 따라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애저 오픈AI 서비스’라는 API 상품이 출시돼, 오픈AI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초거대 AI 기술 ‘GPT-3’를 각국 개인·기업 개발자들이 쓸 수 있게 됐다.

MS가 제3단계로 표현한 이번 오픈AI와 협력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MS는 그간 오픈AI를 위해 이뤄진 슈퍼컴퓨팅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하기로 했다. 둘째로 MS는 클라우드 서비스 범주를 넘어서 오픈AI 기술을 활용하는 소비자와 기업용 제품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셋째로 MS는 모든 오픈AI 연구 활동과 제품 및 API 서비스 제공을 위한 워크로드를 애저 기반으로 제공하는 독점적 클라우드 공급자 지위를 갖게 됐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 파트너십 단계에 업계 전반의 개발자와 조직이 애저와 함께 최고의 AI 인프라, 모델, 툴체인에 접근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와 협력하기 위해 MS가 그간 어느 정도 자금을 썼는지, 이번에 추가로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그런데 MS의 공식 발표 전인 1월 10일 온라인 매체 세마포(Semafor) 보도에 따르면, MS와 다른 벤처 투자사들이 오픈AI 기업 가치를 290억 달러로 산정하고 MS가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한 논의를 2022년 12월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MS는 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오픈AI가 만들어내는 이익(profit)의 75%를 얻고, 투자금을 회수한 이후에는 오픈AI 지분 49%를 갖게 된다고 알려졌다. 양사 모두 이와 관련한 문의에 답변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 투자가 성사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앞서 2022년 10월 온라인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도 MS가 2019년 투자로 확보한 오픈AI 지분을 더 확대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피스 문서부터 메일까지 AI가 알아서 써 주는 시대 열리나

사무실 협업 모습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회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Pixabay]
MS가 오픈AI와 협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클라우드 서비스 범주를 넘어선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유력시되는 분야는 ‘생산성(Productivity) 애플리케이션’이다. 전 세계 소비자와 민간 기업, 공공 기관이 문서 작성과 편집, 메일 작성과 일정 관리, 화상회의와 협업에 쓰는 ‘오피스(Office)’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생산성 애플리케이션 제품인데, 그 기능과 편의성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리는 데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여러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디인포메이션의 2023년 1월 7일자 보도는 그 구체적인 방향을 보여 준다. 이 보도에 따르면 MS는 사용자가 간단한 프롬프트(명령을 입력받는 기능)를 통해 자동으로 텍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챗GPT의 능력을 워드, 파워포인트, 아웃룩과 기타 오피스 앱에 제공하려고 논의 중이다. 예를 들어 아웃룩 사용자가 정확한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어떤 이메일을 검색하려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이메일 회신을 자동으로 만들어내거나, 문서 내용에서 전문 용어를 없애 다른 사람이 더 이해하기 쉽게 편집해 주는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 오픈AI가 시범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실제 챗GPT 챗봇처럼 사용자가 프롬프트에 입력한 명령에 응답해 전체 문서 내용을 만들어내는 기능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로써 20여년 전 MS가 선보인 ‘클리피(Clippy)’의 비전이 비로소 실현될 수도 있다. 클리피는 소프트웨어 사용자에게 간단한 기능 소개를 제공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MS가 1997~2001년 판매한 데스크톱용 오피스 제품에 기본 탑재돼 있었다. 한국어판 오피스 제품에선 ‘오피스 길잡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됐다. 번역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클리피는 당초 오피스 사용자를 위한 조수(assistant) 역할로 설계됐다. 하지만 실제 클리피는 사용자가 문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특별히 요청하지 않은 상황에 돌발적으로 작동해, 성가시고 쓸모 없는 존재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후 실용성이 없어 조용히 퇴출됐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학교와 직장에서 오피스 제품을 다뤄 본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일종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됐다.

사실 MS도 오피스 제품을 오랫동안 쓴 사용자들 사이에서 클리피가 추억의 상징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MS의 메신저 기반 협업 및 화상회의 앱인 팀즈(Teams)에 클리피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용자를 겨냥한 새 애니메이션 스티커 아이콘 34개의 묶음이 추가된 적도 있다. MS 제품과 서비스에 능통한 외부 전문가인 ‘MVP’ 가운데 한 명인 João Ferreira 씨가 2021년 11월 2일 자신의 블로그인 ‘핸즈온 팀즈’를 통해 클리피 스티커를 소개하면서 “만약 당신이 클리피의 팬이라면, 당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멋진 배경과 함께 그를 당신의 모든 회의에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S 빙, 챗GPT 기술로 검색 시장 ‘게임 체인저’로 변신 기대

MS가 챗GPT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알려진 또 다른 굵직한 분야는 빙 검색 서비스다. MS가 챗GPT의 AI를 오피스 제품에 적용한다는 관측은 상당히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피스 제품은 MS의 오랜 ‘캐시카우’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이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 자체에 개연성도 높다. 하지만 하지만 언론과 산업계는 MS가 그간 구글 검색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빙 검색에 챗GPT의 AI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소식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경우 MS가 인터넷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전 세계 검색 기반 광고 시장을 장악해 빠르게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된 구글을 위협할 카드를 거머쥘 수 있게 된다는 기대 때문이다.

2023년 1월 3일 영국 뉴스통신사 로이터는 디인포메이션 보도를 인용해 “MS가 오픈AI의 챗GPT를 구현한 AI 기술을 이용하는 빙 검색 엔진을 개발 중이며 3월 말 이전에 신기능을 출시할 수 있다”면서 “MS는 (이 신기능을 탑재한 빙 검색 엔진으로) 알파벳 자회사 구글 검색 엔진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MS는 이미 2022년 10월 12일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AI 기술인 달리2를 빙 검색 엔진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빙 검색 엔진에 챗GPT 기술을 적용할지 여부와 관련한 문의에 MS나 오픈AI는 답하지 않았지만, 이후 발표된 양사 간 ‘제3단계 협력’ 일부로써 충분히 추진될 수 있다.

 

퍼플렉시티 스크린샷
퍼플렉시티 스크린샷 [사진=Perplexity.ai]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닷에이아이(Perplexity.ai)’가 선보인 ‘퍼플렉시티 애스크(Perplexity Ask)’는 챗GPT와 결합한 빙 검색 엔진이 어떤 모습으로 구글을 위협할 것인지 가늠해 볼 만한 AI 기반 검색 서비스다. 퍼플렉시티닷에이아이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2022년 12월 8일 처음 공개한 이 서비스를 “오픈AI의 GPT-3.5와 MS 빙을 응용해 개발한 새로운 검색 인터페이스”로 소개했다. 이후 2023년 1월 20일 업데이트 버전을 공개하면서 “이제 여러분은 최신 출처를 포함한 답변을 읽고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추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이 서비스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을 해석하고 요청한 정보를 제공한다. 챗GPT와 같이 질문에 답하는 문장과 문단을 자동으로 생성하지만, 그에 담긴 정보의 출처를 인터넷에서 찾아 함께 표시해 준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픈AI가 2021년 이전의 정보만을 가르쳐 줬기 때문에 최근의 현실을 알지 못한다고 변명하는 챗GPT와 달리, 퍼플렉시티 애스크는 현재 인터넷에 존재하는 문서를 찾아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만들어낸다. 답변은 영어로만 제공되지만 한국어로 질문해도 의미를 이해하고 그와 관련이 있는 다른 언어권의 출처를 찾아 제시한다.

이 검색 엔진에 영어로 ‘퍼플렉시티 애스크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면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답변한 내용에서 각 문장 끝에는 해당 문장의 근거가 되는 웹페이지 링크가 붙는다. “퍼플렉시티 애스크는 오픈AI의 GPT-3 모델 같은 AI 기술을 사용하는 검색 인터페이스로,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과 검색 결과 요약 및 인용을 제공한다. 이는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과 검색 엔진으로 구동하는데, 그 정확도가 이 두 기술에 의해 제한된다.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확률 모델(probability model)이 샘플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를 특히 자연어 처리 맥락에서 측정하는 것이다.”

이 검색 엔진의 단점도 챗GPT와 유사하다. 답변 근거를 제공해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선 훨씬 낫지만, 부정확하거나 논리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답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한국 대통령은 누구입니까’라고 질문하면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현재 한국 대통령은 2022년 당선된 문재인입니다. 그는 2022년 5월 10일 윤석열을 한국의 제20대 대통령으로 임명했습니다. 역대 한국 대통령은 위키피디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퍼플렉시티 애스크는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생성된 답변에 대해 ‘정확하다’ 또는 ‘부정확하다’는 결과 평가를 남길 수 있다.

“149억 달러 검색 사업 최초의 위협”…경영진 소집한 구글, AI 투자 강화

답변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현재 구현된 기술은 인간이 텍스트와 언어로 처리하던 작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기에 충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구글도 빙 검색 엔진에 챗GPT를 결합하려고 하는 MS의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월 20일 뉴욕타임스는 “구글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회사 임원들과 ‘구글의 149억 달러 짜리 검색 사업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위협이 됨직한 경쟁사의 새로운 챗봇, 똑똑한 AI’를 주제로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두 설립자는 구글 검색 엔진에 챗봇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계획을 승인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 계획에 전면적, 중심적으로 AI를 배치할 조직 수장들에게 조언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가 선보인 챗GPT는 구글의 중역들에게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됐다. 두 창업자는 주요 제품에 AI를 적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회사를 떠난 뒤 몇 년 동안 구글의 성장 동력이자 핵심 수익원인 검색 엔진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2019년 회사를 떠났던 두 창업자를 초청한 경영진 회의에서 AI와 챗GPT라는 챗봇에 대해 느끼는 ‘절박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피차이 CEO는 챗GPT의 등장에 따라 2022년 12월 구글에 ‘코드 레드’를 선언했고, 정례화한 기존 계획을 뒤집어 공격적으로 AI 개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구글 검색 엔진 관련 20여개 신제품 출시와 시연을 계획했다. 구글의 AI 및 연구 담당 수석부사장인 제프 딘과 본사 최고법률책임자 겸 글로벌 대관 담당 사장인 켄트 워커 등 고위 임원이 포함된 ‘첨단기술 검토 위원회(Advanced Technology Review Council)’는 챗GPT가 등장한 뒤 2주도 지나지 않았을 때 회사 전략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구글은 오는 5월 연례 기술 콘퍼런스 ‘구글 I/O’ 개최 시 공개할 AI 기술 기반 제품 관련 계획을 검토했고 구글 클라우드 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기업에 유료로 제공할 수 있는 이미지 생성 기술 등 AI 기반 제품 목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트룩스 네이버블로그 ‘인공지능 인사이트’ 필진으로서 작성한 열한 번째 정기 원고. 230203 솔트룩스 네이버블로그 포스팅으로 게재됨. 240114 개인 블로그에 원문 비공개로 올림. 240115 공개로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