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디지털정책을 담당하는 장관급 공무원, 오드리 탕(Audrey Tang) 또는 탕펑(唐鳳) 디지털총무정무위원이 2017년 4월 12일 한국에 있었다. 코드게이트2017 보안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초청을 받았는데, 그에 앞서 수십명의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영어로 통역받아 듣고 영어로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 질의응답 중 ‘가짜뉴스(Fake News)’ 문제의 해법에 내놓은 답변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한국어로 기록해 둘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아 아래에 전문을 번역해 소개한다. 밑줄 강조 표시는 내가 추가한 것이다.

좋아요. 우선, 저는 ‘가짜뉴스’라는 단어 사용을 지양합니다. 정의되지 않았으니까요. 여러분은 루머(romor)를 가짜뉴스라 부를 수 있습니다. 계산된 선동(computational propaganda)을 가짜뉴스라 부를 수 있습니다. 속임수(hoaxes)를 가짜뉴스라 부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내용을 다룬 진짜 뉴스’를 가짜뉴스라 부를 수 있습니다. 이 단어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단어 사용을 지양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말씀하셨듯이, 루머가 많습니다. 사실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전체 내용을 읽지 않은 채 그 중 한 줄이나 사진 하나만 보고 간단하게 ‘공유(Share)’를 누르기 쉽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면 그게 바이럴을 타죠. 그렇죠?
우리가 그걸 다 읽을 때쯤이면 루머는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집니다. 팩트와 팩트를 검증하는 사람과 실제 언론인들에게는 그 루머를 따라잡을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이게 사실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사람들과 싸우는 것 같은 방식으로 우리가 루머와 싸울 거라 말하지 않을 겁니다. 같은 범주에 있지 않아요. 이 정신의 바이러스(this virus of the mind)를 상대로, 여러분은 바이러스와 실제로 싸울 수 없습니다. 이건 그냥 확산되는 생각이기 때문에, 다른 범주입니다.
만일 이걸 전염병같은, 바이러스같은 것으로 본다면, 2가지 해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숙고를 거치는 겁니다(One is through deliberation). 만일 여러분이 여러분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면, 그리고 그 얘기를 아주 주의깊게 듣고 여러분이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의견을 고려한다면, 여러분은 그들의 아주 다른 입장을 존중하는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특정 주제를 숙고하고나면, 루머가 퍼지든, 선동이 일어나든, 여러분은 그걸 덮어놓고 공유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은 이미 그에 대한 면역체계(immune system)를 갖췄으니까요. 이게 한가지 대응 방법입니다.
다른 대응 방법은 정부, 언론인과 모든 사람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팩트를 루머만큼 퍼지기 쉽게 만드는 겁니다. 우리 정부 사례를 말씀드리면요, 자주 들어오는 질문마다 URL 하나로 답변해서 공개하고, 그 답변이 공유되기 아주 쉽게 만드는 겁니다.
우리는 그걸 사진같은 걸로 아주 이해하기 쉽게 만들 수 있고, 사람들은 궁금한 것을 장관(오드리 탕 본인)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고, 저는 그걸 보면 아마도 24시간 이내 정도로 가능한한 빠르게 답변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장관과 직접적으로 이런 관계를 누리게 된다면, 여러분은 저에 대해 말하는 루머가 사실적이라거나 그럴싸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죠. 언제든지 여러분이 제게 직접 물어 보고, 제가 여러분에게 대답할 테니까요.
오로지 제가 여러분의 질문을 피하거나, 과장된 공식적 언설(official sounding word) 뒤에 숨거나 해서 아주 모호하게 대응할 때 루머가 커질 여지가 있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정부와 마치 친구처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다면, 사람들 사이에 루머가 커질 여지가 없죠.
저는 이걸 다른 해법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더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숙고를 거치는 것과, 장관에게 직통회선으로 자주 하는 질문에 답해 주는 것, 둘 다 중요하죠.
탕 위원은 전직 프로그래머이자 현직 고위 공무원이다. 프로그래머로서 그는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다. 한편 정책입안자로서 그는 문제 현상을 억제할 제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다. 탕 위원의 답은 둘 중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애초에 그런 수단에 의존하려 하지도 않는 방식이다. 내가 이 답변을 인상적으로 보는 이유다.
이날 탕 위원은 내가 던진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질문에도 역시 신중하면서 인상적인 답변을 들려 줬다. 그 내용은 지디넷코리아 4월 18일 보도(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7041808195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탕 위원은 이 기자간담회에서 주고받은 질의응답을 (그의 다른 대외 인터뷰나 업무 회의와 마찬가지로) 텍스트로 정리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의 공무원으로서의 공공기록 보관소이자 대만 시민들과의 소통 창구인 웹사이트 PDIS에서 전문(https://sayit.pdis.nat.gov.tw/2017-04-12-press-conference-at-seoul)을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