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느라 쌓인 10년치 명함 정리하기

2009년 9월부터 2019년말까지 대략 10년 3개월간 일하며 제법 많은 명함을 주고 받았다. 이제 주고 받은 명함만으로 컴퓨터 책상 서랍 한 칸을 가득 채울 지경이었다.

그간 명함을 주고받은 상대는 다양하다. 국내외 취재원, 홍보대행사 임직원, 취재현장에서 만난 언론출판계 종사자들을  아우른다. 이가운데 취재원들과는 개인 인터뷰나 대면 인사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시회나 세미나 현장 부스에 비치된 그들 명함을 집어 온 경우도 있었다.

어찌저찌 모인 명함이 3천650장은 족히 될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오차를 줄인 어림셈법을 적용한 결과다. 근속기간에서 3개월을 자르고 10년간 저만큼을 모았다 치면, 10년 내내 적어도 날마다 명함 한 장 씩을 받아 온 셈이 된다.

연락처는 이미 주소록에 입력해 뒀다. 다만 개인정보가 담긴 물건이라 함부로 처분하진 않고 쌓아 뒀다. 이제 공간에 한계가 올 지경이라, 종이 명함을 폐기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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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책상 서랍장 하나를 가득 채웠던 10년치 명함. 서랍장에 있던 명함 보관 상자를 꺼내 앞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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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책상 서랍장 하나를 가득 채웠던 10년치 명함. 서랍장에 있던 명함 보관 상자를 꺼내 앞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본 모습이다.

작업 목표는 간단했다. 10년동안 받아 둔 모든 명함의 정보를 인식할 수 없는 형태로 만들고 쓰레기통에 넣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달 전 장만한 전동식 종이 파쇄기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종이 파쇄기의 모터가 연속 동작 가능한 시간이 5분이다. 5분간 150~200장을 자를 수 있는 것 같다. 이후 최소 2~3분 정도는 열을 식혀야 제대로 동작하는 듯하다. 단순 계산하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3시간 안에 모두 잘라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실은 그렇지 않았다. 열을 식히는 시간보다 파쇄된 종이 부스러기 통의 명함 조각을 쓰레기통에 털어 넣고 다시 통을 파쇄기에 결합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그리고 5분 내내 쉬지 않고 파쇄기에 명함을 밀어넣는 작업도 반복할수록 고된 일이었다. 처음에 적어도 4시간 이상을 이 일에 매달렸는데도 완료하지 못했다.

어제(28일)는 일단 가장 분량이 많은 국내 취재원들의 명함을 모두 파쇄했다. 국내 취재원들은 국내 소재 기업의 대표, 임원, 영업직 담당자, 마케팅 담당자, 개발자 그리고 기관의 장, 고위공무원, 부서장, 기술직 공무원 그리고 현업의 개인 또는 초기기업 창업자와 연구자와 커뮤니티 구성원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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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모아 50장씩 묶고 분류한 명함. 언론출판 종사자(앞줄 왼쪽), 홍보대행사 임직원(앞줄 가운데), 국외 취재원(앞줄 오른쪽), 국내 취재원(뒷줄 네 기둥으로 쌓은 묶음)의 명함들이다.

그간 보관한 명함은 50장짜리 묶음 형태였는데, 국내 취재원 명함은 이 묶음을 14층으로 쌓아올려 4개 탑으로 만들었을 때 마지막 탑의 한 층은 묶음이 되지 못했다. 즉 이 수량은 ‘(50×14)×4-α₁’이다.

국내 취재원 명함과 함께 국내 취재대상 기업의 홍보업무를 외주 대행하는 홍보대행사 소속 임직원들의 명함 또한 모두 파쇄했다. 홍보대행사 임직원 명함은 다섯 묶음과 묶이지 않은 나머지 몇 장이었다. 즉 이 수량은 ’50×5+α₃’이다.

뒤이어 오늘(29일) 파쇄한 명함은 국외 본사를 둔 기업의 본사 또는 국외 지사에 소속하고 상주하는 임직원과 전문가들의 것이었다. 이 명함은 여섯 묶음과 묶이지 않은 나머지 몇 장이었다. 즉 이 수량은 ’50×6+α₂’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쇄한 명함은 언론사 소속 기자 또는 PD나 출판사의 기획 및 편집 담당자들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이 명함은 네 묶음과 묶이지 않은 나머지 몇 장이었다. 즉 이 수량은 ’50×4+α₄’이다.

네 분류의 명함을 모두 더하면 ’50×(14×4+5+6+4)+(-α₁+α₃+α₂+α₄)’이다. 일단 앞부분을 계산하면 3550이다. 뒷부분 (-α₁+α₃+α₂+α₄)에서 α₁는 한자리수, α₂와 α₃와 α₄는 명함 묶음을 눈대중으로 봤을 때 40~50에 근접함을 감안해 100 이상이라 간주하는 게 적절하다. 즉 그간 모은 명함은 도합 3천650장 이상이고, 이는 10년간 매일 명함 한 장 씩을 받았을 때 나올 수 있는 수량이다.

오늘 확인해 보니 미처 사용하지 않은 내 두 버전의 명함이 150~200장 정도 남아 있었다. 두 버전마다 한 장 씩을 기념으로 챙기고 모두 파쇄했다.

이로써 어제 오늘 명함을 처분하면서 만들어낸 종잇조각은 얼마나 될까. 정확하지 않지만 20리터 용량의 종량제 쓰레기봉투 하나 그리고 다른 절반을 족히 채웠음은 확실하다.

191228 구상. 191229 작업 도중 작성 후 게재. 191229 작업 완료 후 제목과 본문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