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챗GPT 등장 2년, 빅테크 생성 AI 투자 열전

로켓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들. AI로 생성. [사진=Pixabay]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을 촉발한 챗GPT가 2년 전2024년 기준 등장한 이래로 빅테크 기업들의 AI 기술 개발 투자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픈AI가 ‘GPT’ 시리즈를 개발해 사람처럼 대화를 나누고 여러 형태의 정보를 가공하는 AI 챗봇을 출시하자, 개인의 일상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줄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되고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에서 미국 스타트업인 오픈AI와 이 회사에 가장 크게 투자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두를 달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전 세계 검색 및 인터넷 광고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이들에게 맞서고 있는 듯하고요. 전자상거래 시장과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최강자인 아마존도 최근 이 AI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애플은 최신 아이폰에 생성 AI 서비스 탑재를 예고하며 침체된 소비자용 디지털 기기 시장의 부흥을 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명확하게 이 경쟁의 승기를 거머쥔 기업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아직 명확하지도 않은 이 경쟁의 전선은 더욱 더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선 AI 챗봇의 역할을 더 다양하게 만드는 시도, 그리고 AI 챗봇 외의 더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선보이는 시도, 이에 더해 더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어 줄 만큼 더 발전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시도, 그리고 AI 모델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노력과 비용을 최적화해 주는 시도가 폭넓게 이뤄지는 추세입니다.

이 덕분에 최근 2년 사이 기업들의 경쟁 양상은 거대 언어 모델(LLM) 훈련으로 텍스트를 넘어 음성, 사진, 영상 등을 이해하고 가공하는 멀티모달 AI 모델을 먼저 확보하고 미래 시장 기회를 선점하는 방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자체 LLM 개발에 뛰어든 것은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AI 스타트업 기업도 마찬가지인데요. 대규모의 데이터를 막대한 연산 능력으로 처리하고 훈련해 제작된 빅테크 기업의 LLM과 구별되는,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효율적으로 최적화해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언어 모델(sLM 또는 sLLM)도 출시되면서 이 분야의 시장이 분화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과 AI 스타트업 간 협력 사례를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핵심 기술인 LLM을 개발하는 쪽과 이에 필요한 인프라 및 투자 재원을 제공하고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로 글로벌 솔루션 시장의 판로를 열어 주는 역할로 어느 정도는 ‘분업’을 하고 있지만, 언뜻 보기엔 각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할 듯한 기업 간의 파트너십도 이뤄지고 있어요. 이는 아무리 빅테크 기업이 넉넉한 자원과 인력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의 보폭을 넓힌다 한들, 미래에 유망할 수 있는 모든 기술과 응용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준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생존과 성장을 위해 시장의 수요를 포착하고 이를 빠르게 구현해 상용화하는 것에 총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더 경쟁력 있는 기술과 AI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고요. 그래서 시장 상황이 지금처럼 불명확하고 뚜렷한 기술 소비 행태가 정착하지 않은 시점에서는 빅테크 기업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호랑이 새끼가 될 수도 있는 AI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이처럼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고 약 2년 사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IT업계 대기업과 벤처투자사들이 AI 분야 투자에 나선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미국에선 오픈AI 유럽에선 미스트랄AI와 협력

일찍이 오픈AI에 투자해 생성 AI 기술 경쟁 선두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까지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마이크로소프트, 운용자산 규모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설립한 기술회사 MGX가 ‘글로벌 AI 인프라스트럭처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십(GAIIP)’을 출범해 300억 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어요. GAIIP 펀드의 주된 투자 분야는 AI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및 발전 설비 건설입니다. GAIIP에 AI 반도체 선도 기업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운영 자문 담당 파트너로 참여하고, 펀드의 전체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외에 다른 생성 AI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중입니다. 2024년 2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에 16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 회사와 기술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가 대표적이죠. 미스트랄AI는 오픈AI처럼 LLM을 개발하고 있으며, 오픈AI에 이어 두 번째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에 LLM을 제공하는 기업이 됐어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에 LLM을 제공하지만 그와 별개로 자체 기업용 생성 AI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나섬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오픈AI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긴밀한 협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에요. 미국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의 지난 3월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함께 ‘스타게이트’라는 AI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2028년부터 선보이고 이 슈퍼컴퓨터를 가동하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인데, 이 프로젝트 초기 비용을 최대 1000억 달러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경영 실적 보고 문서. [사진=Pixabay]

오픈AI 대항마 앤트로픽 손잡은 구글과 아마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진에 자극을 받은 구글과 아마존은 오픈AI 출신 개발자들이 창업한 오픈AI 경쟁사 ‘앤트로픽’에 투자하고 있죠. 구글은 2023년 몇 차례 투자를 통해 앤트로픽에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수혈했고, 아마존도 작년 9월 발표한 파트너십으로 앤트로픽에 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라는 이름의 LLM과 AI 챗봇을 출시해 오픈AI의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처럼 앤트로픽도 차세대 LLM 개발에 두 빅테크 기업에서 유치한 자금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구글은 자체 LLM인 ‘제미나이’ 시리즈를 통해 AI챗봇과 기업용 클라우드 기반 LLM과 생성 AI 개발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를 겨냥한 AI 챗봇 기술로는 인터넷 검색과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클라우드 기반 LLM과 생성 AI 개발용 솔루션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돕는 IT 전략 투자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스케일AI의 대규모 AI 학습용 데이터세트 구축 기술에 투자하는 메타

메타플랫폼스는 2023년부터 자체 LLM ‘라마’ 시리즈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어요. 2024년 4월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AI 기술을 결합한 검색용 챗봇 ‘메타AI’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요. AI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자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면서, 오픈소스 LLM을 제공해 미래 기술 생태계에서 입지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죠. 생성 AI 분야에 독점적인 기술로 후발 주자에게 진입장벽을 쌓아 올리고 일반 기업에게 유료로 기술을 판매하는 빅테크 기업들과는 상반된 방식입니다.

AI 스타트업 투자 방식에도 메타플랫폼스의 접근 방식은 차이가 있어요. 올해 5월 데이터 라벨링 전문 스타트업인 스케일AI의 10억 달러 규모로 발표된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습니다. 메타뿐아니라 아마존,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 공동 투자했다고 합니다. 스케일AI는 자체 생성 AI 모델을 개발하지는 않지만, AI 학습용 고품질 데이터세트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라벨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생성 AI 모델 개발에 드는 비용과 기간 절감을 돕습니다. 생성 AI 테스트 및 검증 솔루션을 활용한 모델 검증 사업도 수행하고 있고요. 이는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는 라마 시리즈를 구축하는 데 드는 부담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기술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활용도 높이는 인프라 기술업체들에 투자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도 수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영상 분석 AI 모델을 개발하는 한국 AI 스타트업인 트웰브랩스에도 직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트웰브랩스가 1000만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는데, 엔비디아가 삼성넥스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힐스프링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2024년 6월 발표된 트웰브랩스의 5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에도 엔비디아 자회사 엔벤처스 주도로 여러 투자자가 참여했고요.

2024년 4월 디인포메이션 보도를 통해 엔비디아가 AI 스타트업 투자 유치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사례도 알려졌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두 이스라엘 AI 모델 개발 최적화 기술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피인수 기업 중 하나는 2024년 3월 생성 AI 개발 플랫폼을 출시한 ‘데시’인데,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생성 AI 모델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려고 합니다. 인수된 또 다른 기업은 AI 연산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쿠버네티스 기반 인프라 관리 솔루션 업체 ‘런:AI’인데, 해당 기업 인수에 7억 달러 정도를 썼다고 합니다. 엔비디아의 AI 스타트업 완전 자회사 인수나 지분 투자는 자사 AI 반도체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기업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이들 스타트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하면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AI 기술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는 가치를 제안하려는 것이죠.

언어모델 개발과 영상 제작 도구, 문서 검색 솔루션 사업 병행하는 한국 AI 기업들

빅테크 기업의 투자를 받은 곳은 아니어도 LLM과 생성 AI 기술 분야에서 괄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웹 기반 생성 AI 기반 영상 제작 도구를 개발한 플루닛은 2023년 8월 공시를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5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플루닛은 설립 1년 만에 100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게 됐는데요. 이 회사는 2024년 7월 한국과 미국에 ‘구버’라는 생성 AI 검색 서비스를 출시한 기업용 검색 솔루션 기업 솔트룩스의 자회사입니다. 솔트룩스는 앞서 ‘루시아’라는 언어 모델을 선보이고 2024년 3월 루시아를 탑재한 하드웨어 통합 솔루션(어플라이언스) ‘루시아 온’도 출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향후 솔트룩스와 자회사의 텍스트와 영상 생성 AI 기술이 결합해 더 발전된 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스테이지는 앞서 문자인식(OCR) 기술 기반 문서 AI 솔루션 사업을 수행해 왔고 2024년 3월부터 생성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경량 언어모델을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4월에는 SK, KT, 산업은행 등이 주도하고 SBVA 등이 참여한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7200만 달러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올거나이즈는 AI 기반 문서 검색 솔루션으로 한국, 미국, 일본에서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인데 2023년 11월 마무리한 시리즈B 투자로 2000만 달러 규모 자금을 모았고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개발자가 주축이 돼 설립한 트릴리온랩스는 한국어 데이터로 특화된 언어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2024년 9월 초 프리시드 투자로 420만 달러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텍스트 중심 AI 기술 기업이 여전히 투자를 받고 있는데, 음성과 음악같은 새로운 유형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스타트업이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7월 외신 보도를 통해 구글 출신 연구자들이 설립한 캐나다 언어 모델 개발 회사 코히어가 엔비디아, 오라클 등이 참여한 투자로 5억 달러 자금을 확보한 일이 알려졌습니다. 2024년 5월에는 텍스트 입력으로 가사와 곡을 만들어내는 음악 생성 AI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수노가 1억2500만 달러 자금을 확보했다고 보도됐고요. 언어 음성 AI 스타트업 일레븐랩스는 사람 목소리를 복제하고 새로운 음성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데, 2024년 1월 시리즈B 투자로 8000만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생성 AI 기술로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국내외 AI 기업의 도전과 이에 대한 투자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솔트룩스 네이버블로그 ‘인공지능 인사이트’ 필진으로서 작성한 스물여덟 번째 정기 원고. 241028 솔트룩스 네이버블로그 포스팅으로 게재됨. 250127 개인 블로그에 원문 비공개로 올림. 250404 공개로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