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원UI(OneUI) 버전 6부터 시스템 기본 폰트로 ‘원UI 산스(OneUI Sans)’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와 4월부터 업데이트가 배포된 버전 7도 OneUI Sans를 기본 폰트로 제공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원UI6과 7 환경에서 OneUI Sans를 의미하는 ‘기본’ 폰트를 지정하더라도 사용자는 수시로 Roboto 폰트가 표시되는 앱과 시스템 UI를 접하게 된다. 최신 갤럭시 기기의 시스템 기본 폰트로서 OneUI Sans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버전의 시스템 기본 폰트인 ‘로보토(Roboto)’를 대신하지만, 그 역할은 불완전하며 전체 시스템에 걸쳐 일관되거나 예측가능하게 표시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시스템 폰트를 외부 앱 개발자들이 선택한 다른 폰트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외부 앱 개발자들이 앱의 기본 UI 폰트로 Roboto를 선택하는 경우 OneUI Sans가 표시되지 않는다. 삼성이 직접 개발한 자체 브랜드 앱조차 어떤 것은 OneUI Sans를 표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삼성이 회사 안팎의 앱 개발자들을 설득해서 Roboto 대신 OneUI Sans를 시스템 기본 폰트로 사용하는 갤럭시 기기를 잘 지원해 달라고 해야 할 일이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어떤 서드파티 앱은 이미 앱 안에서 초기 진입 영역이 OneUI Sans를 표시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는 하위 영역에서는 여전히 Roboto를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앱 내에선 OneUI Sans를 보여 주지만 알림창이나 위젯에서는 Roboto를 표시하는 식으로 오락가락 하는 일도 흔하다. 시스템 UI 가운데 인게임 광고처럼 어떤 숫자와 영문자 등이 출력되는 부분은 OneUI Sans를 기본 폰트로 지정한 상태인데도 Roboto를 사용해 문자를 표시하기도 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삼성 원UI처럼 시스템 기본 폰트를 새롭게 제작해 선보이고 전체 시스템에 걸쳐 일관성있게 표시되도록 만드는 일은 근본적으로 간단하지 않은 일이라는 의미다.
시스템을 루팅하거나 zfont3 같은 그에 준하는 동작을 수행하는 시스템 폰트 변경 도구를 쓰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권장할 수 없는 방식이다. 현재까지는 OneUI Sans를 시스템 기본 폰트로 설정한 갤럭시 기기에서 이처럼 폰트의 표현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공식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제의 해법은 앞서 사례를 제시한 여러 가지 유형의 원인 만큼 다양할 것이고, 그 중 어떤 것은 여러 하드웨어 제조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코드 유지보수 정책과 관련돼 삼성만의 사정으로 바꾸기가 어려울 듯하다.
나중을 위해 원UI 7 갤럭시 S23 울트라 기기에서 여러 폰트를 사용한 모습을 기록하고 각 폰트가 어떤 식으로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해 봤다. 이 포스팅 첫머리에 올려 놓은 이미지는 동일한 문자열로 작성된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한 것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OneUI Sans(기본), 굵은 고딕, Roboto, 나눔바른고딕, 삼성 원(SamsungOne), 삼성 산스(Samsung Sans) 등 서 6가지 폰트를 적용한 화면이다. 이 캡처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Roboto 폰트와 ‘굵은 고딕’ 폰트는 사실상 같은 폰트다. 굵은 고딕 폰트의 한글, 영문자, 숫자, 특수문자 등은 Roboto 폰트를 더 굵게 표현한 것이다. Roboto 폰트를 선택하면서 디스플레이 글꼴 설정의 ‘굵게’ 옵션을 활성화한 것보다 굵은 고딕 폰트를 선택하고 굵게 옵션을 비활성화한 상태가 더 굵게 표현된다.
- Roboto 폰트와 SamsungOne 폰트는 영문자, 숫자, 특수문자가 다르다. 숫자 2와 3의 윗부분, 달러 기호($)와 퍼센트 기호(%)의 시각적 밀도, 소문자 a의 윗부분과 l의 밑부분, 대문자 J의 밑부분을 보면 구별하기 쉽다. 한글의 글자 형태는 사실상 같지만, 전체 문자의 폭이 좁고 위아래가 길어 구별된다. (SamsungOne 폰트의 세로 폭이 전체적으로 좁아 영문자 배열이 다른 5개 폰트와 다르게 세 줄로 끝났다.) SamsungOne이 표시될 때 Roboto의 한글 글리프(glyph)를 가져오는 듯한데 이 동작 자체가 오류인지, SamsungOne에 한글 글리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 Samsung Sans 폰트와 OneUI Sans 폰트는 영문자, 숫자, 특수문자가 다르다. OneUI Sans의 숫자가 전체적으로 크고 자간이 좁게 설정돼 있다. 특수문자는 물결 기호(~)와 별 기호(*), 영문자는 소문자 g와 y의 밑부분, 대문자 G와 Q의 형태를 보면 구별하기 쉽다. 한글의 글자 형태는 사실상 같은데, 이는 한글 글리프를 갖고 있지 않은 Samsung Sans가 표시될 때 OneUI Sans 폰트의 한글 글리프를 가져오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 나눔바른고딕 폰트는 OneUI Sans, Roboto, 굵은 고딕, SamsungOne, Samsung Sans 폰트와 한글, 영문자, 숫자, 특수문자 모두 다르다. 전반적인 한글 글리프의 형태가 OneUI Sans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음과 모음이 연결되는 방식, 수평 획의 높이 등에 차이가 많다. 영문자는 대문자 Q의 삐침획 형태와 소문자 f의 윗부분, g의 아랫부분을 보면 구별하기 쉽다. 숫자는 2와 6의 윗부분, 3의 중간부분, 9의 아랫부분을 보면 구별하기 쉽다. 특수문자는 골뱅이 기호(@)와 부등호 기호(<, >) 형태를 보면 구별하기 쉽다. 이밖에도, 글자 크기를 동일하게 설정했을 때 다른 폰트보다 전체적으로 문자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으면서 높이(행간)는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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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5 구상, 작성,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