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말에 관광공사에서 중국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요긴할 지도서비스로 구글맵을 원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못 쓴다는 기사를 썼다. 링크는 여기(https://zdnet.co.kr/view/?no=20131213180140)다.
그후 1년. 관광공사, 문화부, 국토부에서 1년간 뭐 했을지 궁금하단 생각(은 둘째치고 취재원들이 모두 휴가를 가버리니 쓸 게 없는 상황)에 겁 없이 후속 보도를 예고했더니 의외의 호응이 있었다. 링크는 여기(https://www.facebook.com/mincheolim/posts/1009924699022638)다.
그렇게 후속 취재를 시작한 게 12월 중순. 소프트웨어 담당일 때 취재했던 가락과 ‘업계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12월 하순께 이전에 몰랐던 배경지식을 보충했다. 이후 국토부산하 국토지리원 취재를 통해 중간 결과물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그래서 쓴 게 크리스마스 지나서 노출된 구글, 한국 지도정보 반출 다시 시도?라는 기사다. 링크는 여기(https://zdnet.co.kr/view/?no=20141224142026)다. 기사 취지와 전면 배치되는 (미확정단계) 제목으로 치를 뻔한 재앙을 간신히 면한, 나름대로 사연 있는 기사였다.
이 기사에 굳이 구글을 왜 끌어들였냐고 시비할 수도 있을까봐 밝히자면…이 기사가 당초 계획 시점의 취지로는 물론 ‘중간 결과물’일 뿐이지만, 작성 시점에서는 구글이 전례가 없었던 상업목적의 전국지도 국외반출을 위해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법률자문 등을 의뢰했다는 2013년 5월께 기사의 업데이트 성격이 돼 있었다. 링크는 여기(https://zdnet.co.kr/view/?no=20130531115557)다.
당연히 최종 보도 직전 구글코리아 측에도 확인을 요청했지만, 당일 중에 코멘트 가능여부라도 알아보고 곧 회신하겠다던 담당자분은 아무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 담당자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구글과 관련된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을 때 즉각 회신을 보낸 게 10번에 1번인가 있을까 말까. 반면 이미 노출된 기사에 대해 할 말이 있을 땐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 온다. 지난 몇년간 그랬던 경험상, 이번에도 회신을 기다리다간 기사 가치가 소멸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회신이 오면 오는대로, 안 오면 안 오는대로 기사화하기로 했다.
이게 기사에서 구글측 입장이 빠진 이유지만, 물론 들어갔다면 좀 더 모양새는 나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형태가 ‘구글코리아 측에 이 사안에 관한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 정도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 우연히 노출된지 좀 지난 기사의 유통 현황을 파악해 보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다가, 컴퓨팅 기사 치곤 드물게 유명 커뮤니티에서 링크 인용 형태로 회자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링크는 여기(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34649349)다. 인용 출처가 네이버 기사 페이지인 점은 유감. (231029 현재 인용 대상 링크는 작동하지 않아 원글 찾을 수 없게 됨.)
이 커뮤니티에서 한 이용자가 남긴 장문의 댓글이 대단히 흥미로웠기에…본문 링크가 위에 있으니, 작성자 허락을 받진 않았지만 줄바꿈만 편집한 형태로 일부 옮기면 이러하다.
(전략) 외국 업체가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 하는 유일한 방법은 서버를 국내에 두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근데 문제는 단순히 이게 서버를 국내에 두냐 안두냐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지도 반출에 대한 규제라는겁니다. 그냥 수치지도 받아다가 국내 서버 두고 딱 서비스하면 그만인게 아니라, 그 수치지도를 가지고, 자기네들 지도 프로그램에 맞게 데이터를 고쳐야 되는데, 외국업체같은 경우 대부분 이게 해외 인력입니다. 국내 수치지도를 가지고 본사에서 그걸 가공해야 하는데, 그걸 가지고 나가는거 자체가 불법이니까 못 하는겁니다. 이게 외국 업체로서는 굉장히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겁니다. 외국 업체로서는 서버를 국내에 두는것만으로도 큰 장벽이지만, 지도 서비스 하나 때문에 그 나라에서 지도 관련 인력 뽑고, 투자하고 해야하거든요. 구글맵 같은 경우는, 다른 구글의 서비스들과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서버를 따로 두는게 어렵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구글이 수년동안 국내에서 제대로된 서비스를 못하고, 김앤장에다 까지 요청해서, 반출 요구를 하는건 단순히, 갑질 때문은 아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겁니다. (후략)
솔직히 좀 감동적이다. 기자가 기사를 아무리 정성들여 써도 독자의 무신경함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인 게 대략 5년째인데, 모처럼 공들여 쓴 기사를 통해 저 정도 이해를 갖춘 독자가 자기 생각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했다는 게 내게는 기쁜 일이다.
감동과는 별개로 댓글의 내용에 온전히 동의하진 않는다. 서버를 두는 게 외국 업체가 국내에 지도 서비스를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게 맞다. 국외 사업자의 경우 실정법에 맞추려면 설비뿐아니라 인력 등 여러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맞다.
그런데 이게 구글같은 회사에게 ‘지도 서비스 하나 때문에’ 감수하기엔 너무 거대한 장벽인가?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업계 1, 2위라는 네이버와 다음의 사이즈는 구글 본사에 비하면 중소기업 수준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그래도 국내 사업자라서 좋든 싫든 한국 제도에 맞춰서 사업을 꾸려왔고, 국내 인력들을 대거 뽑으며, 여러 협력사를 통해 지도 서비스를 운영 및 유지하고 있다. 그 자체로 돈이 돼서가 아니다. 지도는 오히려 그것만 하기엔 고정적인 지출이 크고 투자수익이 안 나온다.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발굴해야만 지속가능한 서비스다. 네이버와 다음이 이걸 지금 엄청 잘 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성장세가 꺾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검색 사업의 기세가 만만찮은 구글이 재정적으로도 유리하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의 지도는 기존 검색서비스처럼 구글의 다른 수많은 개인화 서비스로 연결되는 관문이나 마찬가지다. 구글은 단순 검색에서 시작해 이미지와 영상 검색, 개인화 서비스를 통합해 콘텐츠와 현물 유통을 위한 결제서비스 등 실제 화폐가치로 연결시킬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 이용자 동선과 소재지역 좌표를 근거로 집이나 회사까지 판정해 주는 구글나우는 실험적인 수준을 벗어난 서비스 중에는 그 최전선에 있다.
따라서 온갖 정부조직의 간섭을 요구하는 현행 제도가 합리적인지를 논외로 한다면 구글이 수년동안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하는 건 선택의 문제다. 서비스를 위해 본사에서 한국의 로컬사업자와 동등한 노력을 들여야 하고, 그런 노력을 들이더라도 글로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활할지도 의문이고 거의 보장되진 않을 수 있단 판단을 내렸을 게다. 짐작컨대 한 4년 전쯤.
2013년말 취재 중 국토부 관계자는 구글이 2년전(2011년) 경기도 관내에 국내 지도서비스를 위한 서버 인프라를 두려고 했다가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네이버나 다음처럼 직접 지도데이터 관련 정부와 관계부처 관제 받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내법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만뒀다는 것이다.
구글 입장에선 한국법대로 하자니 국토부 안행부 국방부 국정원 등, 간섭받는 정부관계자가 너무 많이 걸려 있는 지도서비스 사업자가 되는 걸 감당치 않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요약하면 국내 포털사업자는 이를 감수하고 지도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고, 구글은 감수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나쁘단 건 아니다. 세계 어느 기업이든 돈 안되는 건 접고, 돈 되는 건 키우는 건 똑같다. 다만 소위 돈이 되는 시기를 얼마나 멀리까지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판단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코앞의 미래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분야에 덥썩 투자하는 게 영리한 선택이라고 보긴 어렵다.
구글에게는 한국의 지도서비스 풀버전 공급이 대충 그런 선택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게 부담 안 가는 수준으로, 되면 좋고 안 돼도 별 수 없는 수준의 투자로 김앤장에 의뢰해 합법적인 국외지도반출을 시도했던 게 아닐까?
구글코리아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업은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광고 쪽이고, 그 쪽에선 인력 채용과 투자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실적이 별로였던 다른 부서를 정리하면서 (사람을 자를 수는 없어서) 타지역 지사로 발령을 내거나 구글코리아 광고담당 부서로 배정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광고 쪽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업계 관계자로부터 단말기 성능과 함께 발달한 모바일 영상 서비스가 뜨면서 유튜브의 위상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한때 국내 동영상광고 영역에 여러 크고작은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이제 포털을 비롯한 소수의 사업자들만 살아남았고 지금도 사정이 썩 좋은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얘기에서 구글과 관련된 사안은 모두 구글 공식 홍보담당자로부터 확인받지 못했으니, 현실과 적극적으로 혼동하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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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부터 추적해 온 구글 지도 반출 신청 움직임을 몇 차례 기사화한 뒤 150102 페이스북 노트에 남긴 소회를 160626 개인 블로그 파서 옮긴 뒤 160805 재편집. 170402 재편집. 231029 일부 링크 재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