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종사자 통해 애드테크 세계 살펴 보니

노트북 컴퓨터를 올린 회의실 테이블, 배경으로 화이트보드를 가리키는 사람
[사진=PIXABAY]
오래 알고 지낸 취재원 덕분에 애드테크 업계 종사자를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글로벌 앱 광고 네트워크 업체의 한국 시장 담당자들이었다.

한 사람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일본에 지사를 설립한 업체 소속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이스라엘 본사를 두고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인도 쪽에서 시장 기회를 키워가려는 업체 소속이었다. 편의상 전자를 A씨, 후자를 B씨라 하자.

언뜻 보기에 둘의 소속 조직은 상호 경쟁 관계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자사가 저마다 강점이 있는 영역이 달라 특정 구획을 놓고 접전하는 형태는 아니라고 했다. A씨 회사는 게임사 매출이 대부분인반면 B씨 회사는 여행관련 등 비게임부문 매출도 절반가량 된다고 했다. 이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다음 몇 개 주제별로 정리해 봤다.

  1. 국내서 비즈니스가 돌아가는 애드테크업체는 의외로 많았다. 자신들의 회사를 포함해 열몇곳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자신들 회사처럼 국내에 지역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우선 매출이 발생해 관심을 기울이거나 로컬시장담당 매니저를 두고 연락사무소 규모로 일한다고.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수년전까지는 국내 모바일 광고시장을 석권하다시피했던 C사는 현재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고도.
  2. A씨와 B씨의 소속회사가 수행하는 사업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A씨 회사는 오로지 앱에만 집중하고 다른 디지털매체 쪽은 고려치 않았다. B씨 회사는 모바일앱도 하고 모바일웹도 일부. PC웹은 그러나 고려대상에서 배제된다고 했다. 이유를 말하진 않았지만 플랫폼 파편화와 프로파일링의 어려움, 검색업체가 사실상 과점한 시장환경 탓일 것으로 짐작됐다. 둘중 어느쪽인지 헷갈리는데, 조만간 국내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디지털사이니지 쪽 스크린도 비즈니스에 포함시킬 것이라 한 것 같다.
  3. 인앱광고가 아닌 잠금화면광고 쪽으로는 ‘캐시슬라이드’와 ‘애드라떼’등 다양한 업체가 등장했는데, 지금은 딱 2곳으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둘 중 하나가 캐시슬라이드였다는 얘기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애드라떼는 확실히 아니다. 다만 거기 있던 멤버 한 명이 독립해서 창업을 했고, 유사 기술로 직접 광고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엔진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로 피벗(?)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한국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꽤 유망한 사업으로 키웠다고.

A씨 소속 회사의 핵심 클라이언트가 몰려 있는 게임 쪽 광고네트워크 비즈니스를 설명하던 중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몇년전까진 게임사들이 인앱광고에서 타사 게임 노출을 꺼렸는데 이제 그러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자사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 경쟁사 게임 광고를 보여주고, 그 게임을 설치하게 만들면 경쟁사가 지불하는 광고집행실적 수익을 배당받는 식의 운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 이에 대한 B씨의 설명이다. 세부적인 표현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기억나는대로 재구성하면 이런 말이었다. “경쟁사 게임 광고가 자사 게임 유저 이탈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누적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런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 걸로 판명됐다. 오히려 게임 유저들의 인앱결제 지출에 따른 기대수익이 한계가 분명해서 광고를 통해 추가매출을 얻는 게 합리적이란 인식이 형성돼 있다.”
  • 물론 이건 일반론이다. 한국은 특수한 시장에 속한다. A씨의 큰손 고객인 한국 메이저 게임사들은 인앱광고를 안 하고, 하더라도 경쟁사 게임광고 따위 해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한 번 유입된 유저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자사 게임에 과금을 유도하는 전략을 쓴다. RPG류 모바일게임에 한정한 설명인 것 같지만 이 유형 게임 과금 시장이 국내에 상당히 크게 형성돼 있는 것같다.
  • 어째서 이런 차이가 존재할까. B씨는 자기 개인 견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꽤 그럴싸한 설명을 내놓았다. 역시 기억에 의존해 옮기면 이런 얘기다. 외국에서 제작, 퍼블리싱된 게임은 콘텐츠를 여러 경로, 양태로 즐길 수 있다. 유저가 정해진 경쟁 사다리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도 되고 그와 무관하게 다른 콘텐츠를 소비할 수도 있다. 유료콘텐츠를 지르거나 친구에게 게임추천 같은 액션의 보상으로 얻어 가면서. 반면 한국 게임사가 제작, 퍼블리싱한 게임의 환경은 사뭇 다르다. 경쟁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다. 그리고 경쟁사다리의 정점에 닿기까지 유저 개인당 필요한 과금액수가 구체적으로 설계돼 있다. B씨는 이를테면 N사의 유명 PC용 MMORPG 게임인 L이 인당 2억원을 써야 웬만한 콘텐츠를 즐길수 있는 구조이며,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유저가 상응하는 시간을 투자하게끔 만들어졌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모바일RPG게임 과금디자인은 이런 모델을 이어받았다는 지적이다. 유저를 무한경쟁의 정글에 던져넣고 결제를 통해 남을 밟고 올라서 생존하게끔 유도한다는 뉘앙스였다.

정설로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L이라는 게임의 외적으로 나타난 생태나 그것을 착실히 이어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모바일 L 게임과 관련된 여러 소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본다면 꽤 설득력있는 분석이다.

게임의 기획방식에 따라서 그 매체를 활용하는 광고네트워크 비즈니스의 기회도 달라진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