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매장에서 방역해야 하니 나가 달랬다

지난 주였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다가왔다. 정중한 말씨로 갑자기 나가 달라고 얘기했다. 폐점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나가 달라니 당황스러웠다. 그 말에 주위를 돌아 봤더니 이미 매장 안의 테이블 대부분에 사람이 앉아 있지 않았다. 남아 있던 몇몇 사람들도 떠나려는 중이었다. 나보다 먼저 나가달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고, 군말 없이 그렇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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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매장 테이크아웃잔에 씌워 주는 종이 슬리브. [사진=Pixabay]
직원이 나가달라는 건 이유 없이 쫓아내려는 게 아니었다. 매장 이용객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 이제 방역조치를 해야 하니 자리를 비워달라는 것이었다. 그냥 내보내는 게 아니라 길건나 다른 스타벅스 매장으로 가 달라고 했다. 일이 발생한 곳은 지하철 4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사당역 5번출구 쪽 매장이었다.

사실 이 직원은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나 등 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이 얘기를 하고 다닌 뒤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일일이 말하는 동안 나는 창가 쪽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있었기에 이를 듣지 못했다. 이 직원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을 우선 내보내는 데 성공한 뒤 내 옆에 인기척을 내며 서 있다가, 결국 내가 이어폰을 빼고 돌아보기까지 몇 분을 기다린 끝에 이 말을 전한 것이었다. 사정을 짐작하고 나니 일어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매장을 나선 뒤에 길건너 자리를 찾으러 가는 대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시점에 이미 일은 웬만큼 했고 다른 매장에 들러 남은 일을 하다가 일어났을 때 너무 늦도록 일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매장에서 방역 조치를 한다며 내보내진 사람들은 각자 뭔가 할 필요가 없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내가 감염 위험에 놓였거나 감염 전파자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봤지만 어디에도 이런 경우의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해당 스타벅스의 소재지 담당 지자체인 동작구의 보건소 쪽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로 했다. 직원이 전화를 받았고 나는 그에게 이러저러해 매장을 나서게 됐다, 뭔가 해야 할 것이 있느냐, 물었다. 그는 내게 완곡화법을 써서 최대한 신중하게 답변하는 정성을 기울였으나 이해한 대로라면 결국 나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길 들려줬다.

그래도 이왕 복기하는 것이니, 기억나는대로 말을 옮겨 보자. 그는 “오늘 방역 조치를 한다는 것은 앞서 발생한 확진자의 동선이 최근에야 파악돼 오늘 해당 매장에 연락이 간 것”이라면서 “그러므로 선생님(직원이 날 부른 표현)과 확진자의 동선이 겹쳐 감염이 이뤄졌을 위험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매장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 가운데 검사를 받지 않은 감염자가 있어 그로부터 감염을 당했을 가능성이야 있지만 그건 매장이 이제 막 방역 조치를 하겠다고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얼추 이 정도로 설명을 듣고 이해하니 별다른 의문은 들지 않았고 더 이상 걱정스러운 점도 없었다. 확진자와 마주쳤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게 방역 조치랑 아무 상관이 없다니 어쩌겠는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알겠다, 말씀 잘 들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앞으로도 어느 매장에서건 방역 조치를 하겠다며 내보내지는 사람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그들 중에 나처럼 겁이 많아 이제 내가 선별진료소에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나, 자가격리해야하나, 막연히 이런 걱정을 할 사람이 있음직하다. 그런 이들을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 댁에 가서 마스크 벗고 잘 쉬시라고.

20093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