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노트 ③ 증권사 실적 발표에는 매출이 없다

증권부 출입을 맡은 이후 학습 목적으로 증시 기초 지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블로그에 정리해 올릴 예정입니다.

모니터에 띄운 거래 시스템에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사진=Pixabay]
회사는 이익을 내기 위해 설립되고 돌아간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이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고 성과를 거둔다. 그 돈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재무제표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실적 발표나 사업보고서 같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증권사가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재무제표에 ‘매출’이라는 항목이 없다는 점이다. 매출과 의미가 유사한 ‘영업수익’이라는 항목이 있긴 하지만, 이것을 일반 회사의 매출과 동일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와 같은 금융사의 영업수익만 봐서는 일반 회사의 ‘매출’에 해당하는 성과를 알아볼 수 없다고 얘기한다. 금융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다루는 기업 회계 처리 방식 때문이다.

회사가 금융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나 손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면, 수익은 ‘영업수익’으로 다루고 손실은 ‘영업비용’으로 다룬다. 금융 거래를 주 사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 기업은 금융 거래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의 비중이 클 수 없다. 그러니까 금융 거래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이 별도의 항목에 산입되는 것에 별 문제가 없다.

금융 거래가 주 사업인 증권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융 거래라는 하나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이 별도 항목에 적히는 것을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한다. 주 사업이 금융 거래라면 그 규모는 클 수 밖에 없다. 금융 거래로 인해 손실이 아무리 많이 발생해도 그것이 수익의 규모를 줄이지는 않게 된다. 즉, 단순히 거래 규모가 큰 금융 회사는 영업수익이 자연스럽게 부풀려진다.

금융회사 실적을 볼 때 중요한 성과 지표는 결국 얼마나 이익을 남겼느냐를 보여 주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다. 영업비용을 무시할 수 있는 영업수익은 의미 있는 지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금융사의 매출이 궁금할 수 있다. 성격상 일반 기업의 매출과 유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지표가 금융사에도 있다. ‘순영업수익’이라고 불리는 값이다. 순영업수익은 영업이익과 판매관리비(흔히 말하는 판관비)를 더한 값이다. 판관비에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된다. 금융사의 판관비는 인건비가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순영업수익을 실적에서 직접 계산해 제시하는 증권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증권사가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곳은 통상 판관비에 포함되는 인건비를 재무제표상 별도 항목으로 떼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 증권사의 순영업수익을 비교하려면 아무래도 번거롭다. 대다수 기자들은 증권사의 실적을 다루는 보도를 할 때 영업이익과 순이익만을 논한다.

240118 정리. 240210 재작성. 2402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