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기술 요소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면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 요소의 발전으로 등장한 여러 정보기술(IT) 제품 및 서비스가 기업과 정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포스트 코로나 전략 실행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소프트웨어는 전례 없는 수요 증가와 시장 확대를 보일 업종이 될 수 있다. 산업적 의미를 떠나 일상에 변화를 끼칠 주요 변수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전부터 소프트웨어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뉴스 소재의 원천이었다. 글로벌 산업과 시장의 흐름부터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개별 소프트웨어 기술의 특성과 변화. 기술의 수명주기와 이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현업 종사자 및 기업의 고유한 움직임. 기술의 발전, 종사자와 기업의 시장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 당국의 진흥 및 규제 현황과 그 정책 흐름. 다 기삿거리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언론이 기술 요소에 초점을 맞춰 소프트웨어 관련 보도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희망사항이지만, 향후 소프트웨어의 고유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의 특성과 변화, 종사자와 기업의 활동과 같은 요소를 포착하고 그 방향을 짚는 보도의 가치가 함께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전까지는 극히 일부 언론사에서만 수행했던 방식의, 소프트웨어 기술에 초점을 맞춘 심층 보도가 더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소프트웨어 시장의 특징을 분석하고, 기자가 직업인으로서 소프트웨어의 기술 요소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 어려운 조직 안팎의 배경을 추론한다. 그럼에도 심층 소프트웨어 취재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 기자에게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한다. 취재 대상으로써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념적 정의와 소프트웨어의 효용을 판단하기 위한 일반적 분류를 제시한다. 완결한 글의 분량이 길고 게재 시점 현재 편집이 완료되지 않아 가독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피처 이미지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 예시 이미지.

시장의 특징 ≒ 제약사항

소프트웨어 시장은 파편화돼 있다. 각 파편화된 시장에 다수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 공급자로서 활동한다. 한 기업 안에서도 서로 다른 성격의 여러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에, 둘 이상의 기업이 한 시장에서는 경쟁하는 동시에 다른 시장에선 협업하는 등 이 활동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복잡한 양상을 띤다. 시장이 파편화되고 복잡한만큼 정책 당국의 규제와 진흥 정책 방향도 파편화돼 있고, 이해가 상충하는 정책이 동시대에 진행되기도 한다.

상충하는 이해관계에 얽힌 수많은 기업이 혼돈 속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등록된 기업은 96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경쟁하는 게 아니다. 저마다 수백 내지 수천 개의 서로 다른 전문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경쟁은 부분적으로만 이뤄진다. 협업 관계도 많다. 이밖에 관련 협회로 한국상용소프트웨어협회,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가 있고 저마다 수백개 이상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이처럼 수천개 이상의 기업과 각 기업이 성격이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복잡한 시장을 한두 명의 기자가 취재해야 한다면 이들이 속한 생태계와 연결고리를 파악하려 하는데에도 어느 정도는 개별 기술과 그 수요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선, 특정 기술 요소에 초점을 맞춰 취재와 기사작성을 수행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게다가 종류가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간에는 상품으로써 대체성이 없다. 때로는 같은 종류로 묶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간에조차 대체성이 낮다. 개별 소프트웨어가 저마다 다른 기능과 제약 조건을 갖고 상이한 효용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정의되고 있는 이 분야의 시장이 실제로는 단절되고 고립돼 있는 여러 개별 전문분야의 수요를 뭉뚱그려놓은 결과다.

애초에 각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바깥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보도하는 행태가 기자의 업무 수행에 수월한 접근 방식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영 실적이나 투자 유치 성과, 규제 영향이나 법적 분쟁과 관련된 소식, 임직원들이 얽힌 비위나 사건사고 등을 다루는 것이다.

기자가 이런 소식만을 취재할 경우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큰 뉴스를 다룰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마감 의무를 준수할 수 있다. 또 특정 소프트웨어 전문 분야의 기술 요소와 같은 심층적인 취재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 위해 데스크를 비롯한 상급자들에게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부담을 감수할 필요도 없어, 이 쪽이 아무래도 현명한 선택이 된다.

이 분야를 깊이 취재한다는 것은 파편화된 각 전문분야의 산업적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한 이후에야 가능하고, 따라서 물리적으로 개인 또는 소수의 기자가 의지만으로 단기간에 실행하기 어려운 큰 과제가 된다.

이론적으로는 다수의 기자가 팀을 이뤄 소프트웨어 기술 요소 취재와 기사 작성이라는 목표를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실무 측면에서 협업과 분업으로 기술 요소를 취재하려면 팀 구성원들이 대상이 되는 기술 요소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 지식과 관점을 공통적으로 갖춰야 한다. 비슷한 이해도를 갖췄거나 그럴 관심과 의지라도 공유하고 있는 여러 기자가 동시대에 존재할 뿐아니라 한 조직에서 같은 부서에 속해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

결국 기자가 속한 언론사와 상급자의 업무 지시가 깊이 있는 소프트웨어 취재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하고자 하는 기자나 언론의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그럼 언론사는 왜 기자에게 심층적인 소프트웨어 취재를 요구하지 않는 걸까. 데스크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 많은 언론인들은 소프트웨어로 촉발된 변화에는 관심이 많지만, 소프트웨어가 그 변화의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다루려는 의지나 그런 의지를 갖기 위한 이해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선 기자가 소프트웨어 담당으로서 의미있는 역할을 해내려면, 선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른 모든 전문분야와 마찬가지로, 선임자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식견을 갖춰야 한다. 선임자가 이해하는 수준만큼 후임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고, 그 이상으로 후임자들이 알아내고 취재 기획, 기사 발제와 작성에 응용할 수 있도록 밀어 줘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선임자와 후임자들이 속한 언론사의 비전과 전략, 핵심 독자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 원칙 몇 가지

시장과 상품 측면으로 소프트웨어를 바라볼 때 다른 분야와 달리 접근해야 하는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소프트웨어는 문화 소비재다 가위 책상 바구니 보다는 본질적으로 책 음악 연극 에 더 가깝다
  • 그럼에도 소프트웨어는 도구 성격을 띤다 단지 다른 물리적 도구와 크게 차이가 난다뿐
  • 소프트웨어는 다른 소프트웨어로 완벽하게 대체 가능하지 않다 그게 물리적 도구와의 차이다
  • 시장에서 경쟁관계가 있다는 소프트웨어끼리 완벽한 대체가 성립하지 않을뿐아니라 같은 개발자가 만든 소프트웨어 기존 버전과 새 버전조차 완전대체는 불가능하다
  • 경쟁하지않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연계하고 상호의존적일 가능성이 있다
  • 심지어 경쟁관계인 소프트웨어도 연계하고 상호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 소프트웨어가 상호의존한다는 건 시장관점이며 기술적으론 상보적이라고 표현가능하다
  • 상보적이지 않은 소프트웨어는 일방적으로 하나가 다른하나에 의존할수있다 기반한다고도 표현가능하다

다음 용어의 개념과 범주를 파악하는 과정 또한 도움이 된다.

엔터프라이즈 IT

  • 국내 상장사 기업들. IT서비스, SI업체, SW솔루션업체, SaaS 업체, 사이버보안업체.
  • 데이터센터 인프라 HW솔루션업체. 호스팅업체, 코로케이션업체, 데이터센터 구축업체.

업계 주요 동향

  • IT서비스, SI쪽에서는 글로벌진출과 공공IT.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클라우드기업과의 협업
  • SW솔루션업체는 클라우드서비스로의 비즈니스모델 전환. 글로벌진출. 클라우드기업과의 협업
  • 데이터센터 인프라 HW솔루션업체 쪽에서는 퍼블릭클라우드 사업자의 득세로 인한 개별 서버, 네트워크 솔루션의 쇠퇴. 스토리지 기업의 협업. 신사업모델. 국내기업의 국산서버 공공구매 우대 효과성.
  • 사이버보안 쪽에서는 인터넷사업자들의 자체보안역량 강화움직임. 대중 서비스의 보안이슈 대비위함.
  •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로 인터넷사업자들의 진출움직임 가속화. B2B 모델 지향 인터넷사업자 신사업체와 기성 B2B 솔루션업체 경쟁 구도. 보안분야 비대면인증 기술과 더불어 SaaS 등 형태로 공공부문에 공급 협업 움직임.

소프트웨어의 기술 요소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란, 예를 들어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PC용 운영체제 ‘윈도(Windows)’ 시리즈와 관련된 일련의 뉴스같은 것이다.

비교적 최근 사례를 들자면, 윈도10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관련된 사안이 있다. 윈도10은 ARM 아키텍처 SoC에서 구동되는 버전으로도 출시됐다. 앞서 윈도8 및 8.1 버전과 함께 출시된 윈도RT도 ARM SoC에서 구동되는 운영체제였지만, 인텔 x86 아키텍처 기반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없었다. 이와 달리 윈도10에서는 x86 애플리케이션을 일부 실행할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여러 얘깃거리들이 있다. 인텔 x86 아키텍처 기반으로 개발된 액티브X(ActiveX) 및 웹용 플러그인을 그대로 쓸 수 있는지, 프린터 등 주변기기 구동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는지, 기업 내 자체 업무 및 PC관리용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한 대목이 된다. 이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고, 현시점에 이건 뉴스가 아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이라는 PC용 ARM SoC를 탑재해 작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윈도10 노트북이 이 대목에서 모두 문제를 일으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불만을 초래했다. 삼성전자는 결국 인텔 CPU를 탑재한 윈도10 노트북을 또 선보였다. 소프트웨어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고, 기자라면 의미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소프트웨어를 취재 대상으로 바라볼 땐 엄격한 이론적, 학술적 정의를 내릴 필요가 없다. 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자가 컴퓨터라는 기계를 부려서 주어진 문제를 풀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해 주는 도구’로 본다. 어떤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컴퓨터 저장장치에서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파일과 그 내용으로 그 물리적 실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 효용은 계량하기 어렵다. 사용자는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결과를 얻음으로써 사후적으로 그 효용을 느낄 수 있을 따름이다.

입체적인 소프트웨어 기술 요소 취재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것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으로 배타적 지적재산권을 보장받는 상품이지만, 저작권을 통해 사용자에게 소스코드를 사용할 기회를 함께 보장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개념과 이를 둘러싼 기업, 개인 개발자들의 활동 자체도 흥미로운 뉴스가 된다.

소프트웨어 분류하기

소프트웨어 안에서 효용을 견줄 수 있고 상호 경쟁관계가 성립하는 범주들이 있다. 그 분류를 아주 단순하게 보면 운영체제가 있고,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는 응용프로그램이 있다. 응용프로그램은 애플리케이션 또는 앱이라고도 불린다. 앱은 운영체제 없이 구동되지 않는다. 달리 표현하면, 앱은 운영체제에 의존한다. 그 위에서 실행된다. 운영체제는 하드웨어 없이 구동되지 않는다. 달리 표현하면, 운영체제는 하드웨어에 의존한다. 그 위에서 실행된다. 사실 이것보다 훨씬 더 세분화한 구별도 가능하다.

범용 운영체제는 서버용과 PC용으로 크게 나뉜다. 서버용 운영체제는 여러 리눅스 배포판과 윈도서버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다. 이건 인텔 프로세서 명령어셋 아키텍처인 x86 환경에서 작동하는 것들이다. IBM 파워, 오라클 스팍, HP 아이태니엄 등 다른 프로세서 아키텍처 환경에서 작동하는 서버용 운영체제도 있다. 각자 이름이 있지만 유닉스로 뭉뚱그릴 수 있다. PC용 주류 운영체제는 윈도지만 애플의 맥OS와 캐노니컬의 우분투나 레드햇과 수세 등 주요 리눅스 배포판도 PC 환경을 지원한다.

앱은 무슨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누가 쓰느냐에 따라 세분화한다.

서버용 앱은 전산실에서 전산담당자가 사용하거나, 전산실 장비에서 구동되면서 그 자원에 원격으로 접속하는 현업담당자가 사용한다. 기업업무포털, 지식관리시스템, 통합커뮤니케이션시스템, 전사적자원관리, 고객관계관리, 그룹웨어, 인재관리시스템, 재무관리시스템, 공급망관리,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 등이 이 쪽이다.

PC용 앱은 현업담당자가 사무실의 PC에서 사용하거나, 학생이나 일반인이 학교나 가정의 PC에서 사용한다. 운영체제에 내장된 그림판과 계산기같은 단순한 소프트웨어부터 크롬, 파이어폭스, 인터넷익스플로러, 엣지, 오페라, 네이버 웨일 등 웹브라우저와 MS오피스나 한컴오피스, 어도비 포토샵이나 오토데스크 3D캐드까지 모두 PC용 앱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쓰이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이런 소프트웨어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코드 에디터.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 테스팅 도구. 인터프리터 또는 컴파일러. 패키지 관리자. 통합개발환경. 운영체제나 앱과 마찬가지로 한 두 종류만 있는 게 아니다. 일부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종류에 따라서도 세분화한다.

사실 서버 외에 스토리지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장비에도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고 그 각각의 특징 역시 다른 소프트웨어처럼 묘사될 수 있다. 이제 PC 역할을 상당부분 대체한 스마트폰 기기의 특성을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구성요소가 크게 좌우한다.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전화, 공장 설비 제어용 컴퓨터도 임베디드 시스템이라는 유형으로 분류돼 자체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쓰는 영역인데, 요즘은 이걸 사물인터넷이나 엣지 컴퓨팅이라는 네트워크 기반 전산 시스템의 일부로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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