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 무료 서비스 동기화 제한

에버노트가 무료서비스 동기화 기기 한도를 2대로 축소. 3대 이상 쓰려면 프리미엄이나 플러스 서비스를 사야 하는데 각각 연 5만5천원 또는 3만원. 유료 서비스 가격도 한국 예외지만 주요 지역서 인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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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 공식 한국어 블로그에 게재된 2016년 6월 28일자 공지 ‘Evernote 서비스 플랜이 변경됩니다’ 일부 페이지 캡처. https://blog.evernote.com/ko/2016/06/28/changes-to-evernote-service-plans/

나는 에버노트의 이번 정책을 이렇게 요약한다. 무료 사용자군 가운데 유료 전환가능성이 희소한 쭉정이같은 사용자를 과감히 걸러 내고, 유료 전환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결정지을만한 계기를 얻지 못했던 잠재 고객에게 ‘결제’의 빌미를 만들어 준 것. 만성적인 수익성 저하 부담을 끊고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원노트같은 대형 경쟁자와의 정면대결을 대비해 맷집을 키우려는 시도.

간만에 소설을 좀 써 보자.전체적인 구성과 세부적인 기능들을 고려하면 에버노트 유료 서비스 가격이 비싼건 아니다. 연간 3만원이면 월 2천500원에 불과한데 이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같은 대중교통 왕복요금 수준이고, 연간 5만5천원이면 한달에 약 4천600원인데 이것도 커피 한잔 내지 담배 한 갑 가격이다.

하지만 어떤 물건을 그저 싸다고 꾸준하게 사는 사람은 없다. 지불하는 금액 이상의 가치를 누리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요컨대 에버노트로부터 대중교통이나 기호품 이상의 효용을 얻어야만 사람들의 유료 서비스 전환을 유도할 여지가 생긴다.

유료로 전환할 가능성을 가늠하는 차원에서, 무료 사용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볼 수 있을 듯하다.

우선 단순 메모 기록, 스크랩, 동기화만 잘 되면 그만인 라이트유저. 이들에게 에버노트는 어쩌다 선택한 서비스일 뿐이다. 단순 메모 기록, 스크랩, 동기화를 잘 해주는 대체재는 시중에 널렸기 때문이다.

에버노트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무료서비스 이상의 기능을 원하지 않는 체리피커, 또는 유료 서비스만의 부가기능을 활용하고 싶긴 한데 무료서비스로도 이럭저럭 참을만하다고 생각하는 타협자. 이들에게 에버노트는 괜찮은 서비스지만, 때가 되면 에버노트가 유료서비스를 어떤 조건으로 구성했느나에 따라, 유료 전환할지 대안을 찾을지 냉정하고도 인색하게 분석에 들어갈 것이다.

이가운데 어떤 그룹에 속한 무료 사용자건, 그간 ‘공기’처럼 주어졌던 동기화 기능에 갑자기 제한을 건다고 해서, 갑자기 유료 서비스 가격을 저렴하게 인식하진 않을 것 같다. 사용자가 어떤 유료 서비스 가격을 비싸지 않다고 판단하려면, 그만한 가치를 알아볼 식견을 가져야 한다. 에버노트같이 다양한 기능 활용에 학습을 요하는 앱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애초 소수기능만 활용하는 라이트유저가 유료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체리피커 그룹은 동기화 기능에 제한이 없는 대체재를 빠르게 찾아나설 것이고 역시 유료 전환할 여지가 적다. 오로지 타협자들에게만, 어차피 이대로라면 동기화 기능을 못 쓰게 된 마당에 돈을 좀 써서 제한을 피하고 전부터 원하던 부가기능도 쓰면 좋을 수 있겠다고 생각할, 즉 유료 전환할 여지가 있다. 에버노트는 이들의 유료 전환만 이끌어내도 이번 정책 변경을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요약하면, 에버노트는 얼마간의 가격인상이나 최초의 유료서비스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충성이용자 즉 진성고객을 걸러내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무료로 쓸거면 무료 수준에 알맞는 제약을 감수하게 하자(싫으면 떠나겄지)라는 사업적 판단에서 이번 정책변경을 단행했을 텐데…진짜 그렇게 굴러갈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편향을 걸러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같은 소셜네트워크 커뮤니티에선 대거 서비스 이탈여론이 형성된 모양이다. 라이트유저 내지 체리피커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 그 여론형성을 주도하고 있을 듯하다. 하지만 타협자들이 유료 전환을 고려할 때 나머지 그룹들의 서비스 이탈여론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무료와 유료 사용자간의 간극을 좁힐만한 중간 등급(가격대)의 새로운 유료 모델을 만들면서 가격 조정과 동기화 서비스 제한을 겸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이 경우 상위 유료서비스 유저가 새로운 모델로 갈아타는 역효과 우려가 컸을 수도 있지만… 이게 어려우면 유료서비스의 일부기능을 한시적으로 체험할수 있도록 하는 트라이얼 프로모션을 시행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뭐 내가 경영진은 아니니까 그 사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야 없겠지만.

난 체리피커 그룹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정책 변경 내용상 유료서비스 이용을 결정할만한 유인이 거의 없다. 새로 생긴 동기화 제약이 다소 불편 요소로 작용할 텐데… 당분단 감수하면서 이탈할 수 있는 대안서비스를 찾아나설 것 같다. 유료서비스 이용시 월간 업로드 용량 한도가 늘어난다는 장점을 얻으려 했다면 여태 무료 기능 사용자로 버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동기화 기기 수 제한이 생긴대로 적응하고 살 수도 있다. 그리고 나같은 사용자 비중이 크다면 에버노트는 앞으로 오래 버티기가 더 힘들 것이다.

 

2016.6.29 기사 [에버노트, 무료 사용자 연결 기기 2대로 제한] 취재 후기로 작성함. 2017.4.2 옮김.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60629093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