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계정 살려 놓고 G메일 주소만 없애기

 

피처 이미지
검은 바탕 화면에 금빛 네온사인 모양으로 편지와 우체통 삽입구를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PEXELS]
쓰지 않는 온라인 서비스를 가끔 정리한다. 일종의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다. 오래 전에 만들어 학생 신분일 때부터 써 온 개인용 G메일 주소가 있는데, 이 주소로 메일을 보내거나 받지 않은 지 꽤 됐다. 스팸 메일이나 별 의미 없는 메일 사용량 분석 보고서 받기가 귀찮아 이 참에 G메일 주소를 없애기로 했다. G메일 외에도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메일 계정이 많기 때문에 이 수를 줄이고 싶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Google 서비스 삭제 페이지에 나온 안내를 따라 G메일 서비스를 삭제했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읽고 삭제를 결정했다. 이제 오래된 G메일 주소 하나가 없어졌다. (회사 업무용 G메일이나 모교에서 졸업생에게 제공하는 학생용 G메일, 업무에 필요한 대용량 수신함을 유료로 구성한 개인용 G메일은 여전히 쓰고 있다.) G메일 주소로 웹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기기에 등록돼 있던 구글 계정(Google Account) 자동 로그인, 동기화 기능이 해제돼 새로운 로그인 정보를 입력하고 동기화 설정을 다시 해야 했다.

G메일 주소 ≠ 구글 계정

어쨌든 이로써 나머지 구글 서비스를 기존 방식대로 쓰고 있다. 다만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할 때 매번 “(타사 메일 쓰지 말고) G메일로 업그레이드하라”는 영업 문구가 나오는 게 성가시다. 난 속으로 ‘아니, 이 계정에서 G메일 주소를 다시 활성화할 일은 없어’ 생각한다. 구글이 G메일 아닌 타사 메일은 ‘다운그레이드’라고 우기는 대목이지만 썩 재미있진 않다.

일반적으로 G메일 주소는 구글 계정처럼 인식된다. 구글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처음 구매해 설정할 때 G메일 주소와 구글 계정이 동시에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G메일 주소는 구글 계정 기반으로 제공되는 여러 구글 온라인 서비스 제품 중 하나다. 구글 계정의 사용자명(ID)으로 G메일 주소가 쓰이지만 이 자체는 구글 계정과 별개로 취급된다. 그래서 G메일 서비스가 불필요한 사람은 이 서비스만 삭제하고 나머지 구글 계정 기반 서비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

다만 G메일 주소 없이 구글 계정에 로그인하기 위해 다른 메일 주소를 ID로 등록해야 한다. 타사 무료 메일 주소를 ID로 등록한 구글 계정으로도 구글 드라이브, 유튜브, 구글 플레이, 구글 캘린더, 구글 주소록 등 온갖 서비스를 쓰는 데 문제가 없다. 관리 포인트를 줄일 수 있어 편리하지만, 타사 메일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서 구글 계정 사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운이 나쁘다면 언젠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계정 ID는 바꿀 수 있을 지도…

구글처럼 사용자에게 명시적으로 서비스 ID 생성을 요구하지 않고 메일 주소로 이를 대신하는 듯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ID와 메일 주소를 구분지어 쓸 수 있게 한 계정 시스템은 흔치 않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메타)은 자체 메일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서비스 ID 생성 절차가 있다. 구글이 G메일 서비스를 삭제할 수 있게 만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메일 주소 자체를 줄여 나가기로 마음먹은 내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이 구글 방식과 비슷하면서 좀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로그인용 ID로 쓰는 메일 주소를 ‘별칭’이라 부르며 계정 하나에 별칭 여러 개를 등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계정 정보에서 삭제할 수 없는 ‘기본 별칭’과 삭제할 수 있는 나머지 별칭을 구분하고, 여러 메일 주소 가운데 기본 별칭을 사용자가 선택해 바꿀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계정 사용자는 아웃룩닷컴(과거 ‘핫메일’) 주소를 새로 만들거나 이미 사용 중인 네이버, 카카오 등 타사 메일 주소를 새 별칭으로 등록하고 이 새 별칭을 기본 별칭으로 만든 다음 기존 로그인용 ID였던 메일 주소를 삭제하는 과정을 통해 로그인용 ID를 변경할 수 있을 듯하다.

230125 작성. 230126 내용 보완 후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