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성 AI 열풍, 마침내 금융 산업에 불어온다

로봇과 금
금괴를 밟고 서 있는 로봇 [사진=Pixabay]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 흐름이 IT 업종을 넘어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서 초거대 AI 모델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는데, 챗GPT와 같은 생성(generative) AI 기술의 등장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 금융 업종에 초거대 AI 모델과 이를 활용한 생성 AI 기술 및 서비스를 도입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죠.

투자은행부터 헤지펀드까지… 생성 AI에 빠진 금융업계

일단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가 2023년 4월 3일 ‘금융 서비스 내 생성 AI 응용 세 가지’라는 주제로 짤막한 연구 보고서를 게재합니다. 이 보고서의 저자는 금융 기관이 뱅킹, 사기 방지, 자산 관리 업무에 생성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분석하고 이를 구현하는 기술 공급업체를 사례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일례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사내 연구 자산과 데이터 저장소를 이용하는 지식 자산으로 재무설계사 업무를 보조하는 오픈AI 기술 기반 AI 챗봇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헤지펀드 시타델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정보 분석 업무에 쓸 목적으로 오픈AI의 챗GPT에 대한 전사적 사용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했고요. 경비처리 플랫폼 업체 브렉스는 오픈AI와 제휴해 고객 지출 분석 및 검증 서비스를 오픈AI와 제휴해 확보한 기술로 출시했습니다. 금융·투자 정보 제공업체 블룸버그는 감정 분석, 뉴스 분류, 기타 금융 관련 작업을 포함한 금융 업종 특화 거대 언어 모델(LLM)로 ‘블룸버그GPT’를 개발 중이지요.

CB인사이츠 보고서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비디오, 코드, 데이터 등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진 생성 AI는 이미 금융 서비스 업계에 스며들고 있다”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같은 큰 은행은 2023년 2월 직원들이 오픈AI의 챗GPT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다른 금융사들은 이 기술을 활용할 기회를 잡기 위해 나섰다”고 묘사합니다. 그리고 현시점에 금융 업종에서 이미 생성 AI를 응용하는 방식으로 ‘대화형 금융(Conversational finance)’, ‘재무 분석(Financial analysis)’, ‘합성 데이터 생성(Synthetic data generation)’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화형 금융은 이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생성 AI 기술로 작동하는 챗봇과 음성 비서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인데요. 이용자가 AI 챗봇을 통해 계좌 잔액 확인, 결제, 이체 예약 같은 금융 작업을 처리하거나 거래를 수행하고 때로는 AI가 이용자에게 재무적 조언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재무 분석은 LLM 기술로 이용자의 재무 현황 데이터와 정보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투자 전략을 제안하거나 성과를 비교하는 투자 전문 AI 비서 역할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합성 데이터 생성은 금융사가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준수하면서 신용평가모델과 같은 이용자 분석 모델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모델 훈련 데이터를 생성 AI로 합성하는 기법이고요.

무르익은 알고리즘, 폭발하는 데이터,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금융사가 생성 AI에 주목하는 이유

사무실 건물과 행인들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사무동 건물에 출입하고 있다. [사진=Pixabay]
미국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리웨이허츠(LeewayHertz)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아카시 타키아르는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한 ‘금융 및 뱅킹 내 생성 AI, 현재 상태와 미래 함의’라는 글을 통해 금융 업종에 생성 AI 확산을 이끄는 요인을 짚고 이 기술이 금융 소비자와 금융 서비스 조직에 활용되는 방식을 더 세분화해 소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선 생성 AI가 금융 업종에서 유망 기술로 떠오른 이유는 첫째,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사기 탐지 등 금융 업계에 필요한 응용 기술을 지원할 만큼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발전했고 둘째, 금융 업종에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기존 방법으로 분석하기가 어려워졌고 셋째, 금융사는 과거 수작업에 의존한 데이터 분석과 사기 탐지 등을 자동화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길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타키아르 CEO는 금융 서비스에 생성 AI를 활용하는 조직이 대량의 금융 데이터, 거래량, 시장 지표를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투자 결정, 리스크 관리 전략을 제시하는 인사이트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생성 AI 모델 가운데 ‘변이형 오토인코더(Variational Autoencoder)’는 투자 포트폴리오 최적화, 이상 징후 탐지, 리스크 모델링, 사기 탐지, 합성 데이터 생성, 옵션 거래 전략 개선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생성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을 이용하면 시장 시뮬레이션과 분석, 신용카드 사기 탐지 성능을 높일 수 있고 ‘자동 회귀(Autoregressive)’ 모델을 이용하면 주가, 금리, 환율 등 재무 변수의 미래 값을 예측하는 시계열 예측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가장 유명한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은 금융 소비자를 위한 뉴스, 소셜 미디어 등의 텍스트에 나타나는 감정과 의견을 분석하거나 재무 보고서와 연구 논문 등 대규모 정보를 정리하고 분류하는 데 유용합니다. 이러한 문서 내용을 학습하면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언뜻 읽기에 디지털 신기술을 이용해 대안 금융 생태계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업계에 있는 인물이라 전통 금융업권보다 생성 AI의 활용 가능성을 더 폭넓게 인식하고 낙관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하지만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빅테크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도 금융 분야에서 생성 AI 기술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6월 22일 회사 공식 블로그에 ‘차세대 개척지, 금융 서비스를 위한 생성 AI(The Next Frontier: Generative AI for Financial Services)’라는 글을 게재하고 막강한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영향력을 바탕으로 금융권에서 생성 AI 기술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죠.

사실 이 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작성자인 루벤 포크 AWS 자본시장전문가의 배경입니다. 그는 AWS에 합류하기 전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의 자회사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서 15년동안 몸담았던 계량연구, 머신러닝 전문가로 투자관리 솔루션, 대체투자 솔루션 조직을 이끌면서 S&P 투자관리상품 전략과 시장 개발을 담당했던 인물이에요. 그는 올해 3월 AWS에 합류해 전 세계 자본시장 고객의 클라우드 이전과 전환을 돕고 이들이 투자상품,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에 머신러닝과 생성 AI를 이용하는 작업과 클라우드 네이티브 자산관리 솔루션을 도입하는 작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포크는 챗GPT 같은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JP모건이나 법률 계약서 등 문서 수백만건 분류 작업에 생성 AI를 적용하는 실험에 나선 골드만삭스, 앞서 언급된 블룸버그의 매개변수 500억개짜리 금융 전용 LLM ‘블룸버그GPT’ 개발 등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 서비스 업계 리더들은 생성 AI로 해결하려는 문제를 정의하고 활용 기회를 실현하는 클라우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생성 AI 기반 기술인 LLM을 통해 금융사가 고객정보확인(KYC) 같은 절차를 밟을 때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고 재무·법률 분석가, 제품 혁신가, 상담영업 전문가 같은 지식 노동자가 투자를 추천하고 대출 서류 초안을 작성하고 보험 정책을 작성하는 등 여러 작업에서 인간 전문가의 최종 결정권과 편집권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와 더불어 실시간 뉴스와 소셜 미디어 반응으로 고객 정서와 시장 반응을 이해하고, 재무설계사나 투자자가 맞춤형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자동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생성 AI 도입으로 은행업 연매출 3400억 달러 늘어난다”

디지털 공간과 동전
은행이 보관하는 화폐는 실물일 때보다 데이터일 때가 더 많다. 인공지능은 이 데이터 또한 활용할 수 있다. [사진=Pixabay]
금융 서비스 조직이 생성 AI로 인간의 수작업과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때 기대할 만한 이익은 단순히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습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23년 6월 14일 ‘생성 AI의 경제적 잠재력, 차세대 생산성 개척지(The economic potential of generative AI: The next productivity frontier)라는 보고서를 통해 생성 AI 도입 시 업종별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제시합니다. 보고서는 “생성 AI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 경제에 수조 달러의 가치를 더할 수 있다”면서 “생성 AI는 모든 AI의 영향력을 15~40% 늘리고 현재 업무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에 생성 AI를 탑재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이 영향력 추정치는 두 배로 커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맥킨지 보고서에서 생성 AI로 매출에 받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중 하나가 은행업입니다. 생성 AI 사용 사례가 완전히 구현되면 연간 2000억 내지 3400억 달러에 이르는 가치를 은행 업종 전반에 추가로 제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은행 업계 연간 매출의 2.8~4.7%에 해당하는데, 생성 AI를 통해 은행업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은행업계가 생성 AI 도구를 사용하면 생산성 향상 외에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의사 결정, 직원 경험을 개선하고 사기와 위험 관리 수준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앞서 다른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전망과 마찬가지네요.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업에 생성 AI를 도입하는 시나리오는 이미 부분적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오픈AI의 LLM인 ‘GPT-4’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AI 비서는 자산 관리자 수만명이 방대한 내부 지식 저장소에서 고객을 위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 종합하고 맞춤화해 제공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한 유럽 은행은 생성 AI 기술로 작동하는 ‘가상 ESG 전문가’를 개발했는데, ESG 경영 관점의 비재무적 성과 지표를 포함한 비정형 문서 내용을 합성하고 추출해 복잡한 질문에 답하고 각 답변 출처를 식별해 제시합니다.

금융 서비스 전문가의 고객 응대나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도구 외에도 생성 AI는 금융 조직 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데요. 우선 자연어 명령이나 기 입력 코드를 통해 개발자가 완성할 코드의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 줍니다. 둘째로 코드 테스트를 자동 생성하고 실행, 검토하면서 커버리지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로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 프레임워크를 이전하고 통합하고 최적화하는 데 생성 AI의 자연어 번역 기능이 활용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코드를 검토해 결함과 비효율적인 요소를 식별해 더 효과적인 코드를 작성하게 할 수 있습니다.

기술 성숙도와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에도 IT 기업들 신사업 움직임 분주

이처럼 은행업을 필두로 금융권 전반에 생성 AI 서비스 확산이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 물론 신중론도 있습니다. 챗GPT 같은 특정 AI의 유행으로 섣부른 기대가 고조되었는데, 실제 현장에서 생성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제한돼 있다는 진단이죠. 미국 경제 매체 CNBC가 2023년 6월 12일 “대형 은행이 생성 AI를 논하지만 위험 요소 때문에 먼저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스페인 은행 BBVA의 고급 분석 책임자는 이 은행이 AI에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고 현재 생성 AI는 여전히 초기 단계이자 미성숙한 기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고급 AI 시스템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은행이 생성 AI 기술로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죠. 같은 보도는 핀테크 조직의 의사결정 자동화를 돕는 스타트업 ‘택타일’의 임원이 금융권에 공개적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해 AI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생성 AI 활용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클라우드 기반 생성 AI 기술을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데이터 및 분석 기능과 결합해 무디스가 리스크 평가 체계를 강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AI 기업도 금융권을 겨냥한 생성 AI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AI 기업 솔트룩스는 2023년 9월 7일 콘퍼런스(SAC 2023)에서 생성 AI 기술을 구현한 LLM ‘루시아GPT’를 공개하고 기업내 비전문가도 금융, 법률 등 분야 맞춤형 AI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게 한다고 발표합니다. 2023년 8월 24일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의 생성 AI를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같은 날 AI 업체 업스테이지도 금융권을 겨냥한 생성 AI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IT서비스 기업 SK C&C는 산업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을 위한 생성 AI 개발 파트너를 표방하면서 금융, 공공,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AI 서비스 확산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솔트룩스 네이버블로그 ‘인공지능 인사이트’ 필진으로서 작성한 열여덟 번째 정기 원고. 230904 솔트룩스 네이버블로그 포스팅으로 게재됨. 240114 개인 블로그에 원문 비공개로 올림. 240822 공개로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