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출입을 맡은 이후 학습 목적으로 증시 기초 지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블로그에 정리해 올릴 예정입니다.
주식과 주권은 흔히 구별되지 않고 통용된다. 일상 생활에서는 엄밀히 가려 쓰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주식(株式)’의 첫째 의미를 “주식회사의 자본을 구성하는 단위”로 정의한다. 둘째 의미를 “주주의 출자에 대하여 교부하는 유가 증권”이라고 정의하는데, 이 뜻을 따르는 비슷한 말로 ‘주권(株券)’을 제시한다. 국책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과거 발간한 경제교육 만화에서 이 두 가지 개념을 명확하게 나누지 않고 주식으로 뭉뚱그려 소개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두 말이 지시하는 대상이 다르다. 행정적, 법률적으로 주식과 주권은 상이한 개념이다. 실제 돈이 오고 가는 금융투자 분야에서는 둘이 특히 엄밀하게 구별된다. 국내 증권사인 흥국증권이 투자자 가이드 웹페이지를 통해 개인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주식과 주권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주식이란 주권에 대하여 주주가 가지는 권리 및 자본금 중의 출자지분을 나타내며, 주권이란 주주가 가지는 권리와 출자지분에 대하여 발행되는 유가증권을 의미합니다.”
사전적 개념과 흥국증권 설명을 함께 정리하면, 주식은 상법상 주주가 어떤 회사에 주장할 수 있는 권리와 자본금 중 출자지분을 가리킨다. 즉 법률적인 ‘권리’ 자체를 지시하는 어휘다. 이와 달리, 주권은 이 주주의 권리 등을 유가증권이라는 그릇에 담아 발행한 ‘사물’이다. 2023년 6월 24일자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개념적 구별은 “예탁결제원에 예탁돼 계좌 간 대체 기재의 방식에 의해 양도되는 주권은 유가증권으로서 재물에 해당하지만 자본의 구성단위 또는 주주권을 의미하는 상법상 주식은 재물이 아니어서 횡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례로도 확인된다.
위 대법원 판례가 나온 사건이 벌어진 과거에는 둘을 구별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주식은 법률적 개념으로만 존재했지만, 주권은 종이에 인쇄된 실물 유가증권으로 발행, 유통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금융투자 업계 전반에 실물이 아닌 디지털로 발행, 유통되는 주권이 정착됐다. 지난 2019년 9월 16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됐고, 이 때부터 상장사 주권을 전자증권으로 발행하는 것이 의무가 됐기 때문이다.
비상장사도 주권을 전자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이런 움직임이 더딘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이 2년 전 밝힌 비상장회사 전자증권제도 참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 31일 기준 전체 비상장회사 3120사 가운데 18.4%인 575사만 전자증권제도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곧 실물 증권을 전자증권으로 전환한다고 지난 5월 7일 공지했다. 이처럼 전자증권을 발행하는 비상장기업 현황은 예탁결제원 웹사이트에서 조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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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구상, 작성,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