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나는 구글에 있는 블로거의 수장이었고 이용자들을 식스어파트의 무버블타입같은 경쟁자들에게 계속 빼앗기느라 좌절하는 중이었다. 당시 흔한 현상은 사람들이 — 공짜인데다 대중적이고 설정이 간편했기 때문에 — 블로거에서 블로그를 시작한 다음 더 파워풀한 도구로 “승급”하는 것이었다.
무버블타입, 그레이매터, 그리고 워드프레스 순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갖고 있었다(워드프레스가 턴키 호스팅 서비스를 하기 전까지). 그러나 한 번 인터넷에 생각한 바를 공유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우친 이들은, 그런 기능과 유연함을 더하기 위해 기꺼이 서버에 설치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공을 들이려고 했다.
당시 우리가 블로거를 이해한 방식—웹사이트를 만들고 퍼블리싱하는 소프트웨어 도구—에서 우리들은 많은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이 흔히 벌이는 경쟁에 뛰어들었음을 깨달았다: 기능을 추가하고, 더 많은 이용자를 모으고, 경쟁사가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고, 이용자를 빼앗기고. (마케팅과 다른 요인들의 효과는 시장 상황에 달렸다. 블로그 분야에선 그게 미미했다.)
이 게임은 특히 우리에게 플레이하기 어려웠는데, 우리 대다수 경쟁상대와 달리 블로거는 (내말은, 클라우드에서) 호스팅되는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든 기능을 우리 이용자 모두에게 확산시켜야 한다는 게 운영과 엔지니어링 차원의 도전과제였다. 그리고 우리가 뭔가 바꾸고 싶을 땐 모든 이용자들이 그걸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때 확장하는 중앙화된 시스템은 (수적으로 훨씬 적을 때부터 일관되게) 거의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더 중요한 건 이 설정을 해내는 게 더 쉬웠다 하더라도 우리는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 생각에) 우리에게 다른 어느 서비스보다도 블로거로 많이 퍼블리싱하는 사람들이 있었다한들, 블로거를 더 낫게 만들진 못했을 것이다. 실은 점점 나빠졌는데, 기능을 추가할수록 느려지고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비즈니스가 모두 소프트웨어비즈니스는 아니라는 걸 안다. 우리는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우리는 이용자 경험(그리고 어느정도는 마케팅)면에서 경쟁한다. 최소한 (서비스를 만드는) 소비자용 소프트웨어 영역에 있을 때의 기능과 유연함은 경쟁 우선순위에서 끌어내렸다.
내가 다음으로 만든 “블로그” 도구는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훨씬 적은 기능과 이용방식만을 갖췄다. 트윗하는 곳에서 떠나는 이는 없는데 일부 다른 도구에 더 나은 서식이나 프로파일 개인화를 위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그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은 전체 가치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순전히 네트워크—다른 이용자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콘텐츠간의 연결에 관한 것이다.
크리스 딕슨은 돌아와서 훌륭한 글을 남겼는데—도구에 혹해 와서, 네트워크에 혹해 머문다—어떻게 트위터와 달리 일부 플랫폼이 도구가치를 네트워크가치로 전환하기 시작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이는 결국 인스타그램의 사례처럼 방정식의 훨씬 더 큰 부분이 된다). 우리는 이걸 어렴풋이 깨달았고 내가 떠난지 10년이상 지난 시점에 블로거의 네트워크 측면에 막 집중하기 시작했다. 블로거가 즉각적으로 힘들어진 건 아니었다. 그 다루기 쉬운 특성은 몇년간 계속해서 수천만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컴핏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블로그스팟닷컴의 방문자수는 6천300만명이다.) 그러나 구글 입장에서 이는 대단히 큰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염려말길, 그들은 꽤 잘 해냈으니.)
더 중요한 건 사람과 아이디어에 관한 기회를 잃었다는 점이었다. 잘 디자인된 네트워크는 갈등을 줄이고 좋은 것이 발견되는 일을 돕는다. 연결은 부분의 합보다 전체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주며 의미를 찾고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로를 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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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찰이 우리가 미디엄을 통해 하려고 애쓰는 것을 상당부분 드러낸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위한 훌륭한 도구를 만들어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그 자체로 주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편집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블로그를 시작하기 위한 설정이나 부대비용이나 일정수준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고도 쉽게 글을 쓰고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블로거”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보다 때때로 공유할만한 값진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건 자명하다. 이 사람들은 미디엄에 글 쓰기를 좋아한다. 혹시 이들이 이걸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짚어낼만한 괜찮은 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도구쯤으로 여기더라도.
하지만 요점은 이게 아니다. 또는 적어도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최근 몇달새 우리는 우리의 제품 영역에 대한 관심사를 도구 가치 창출에서 네트워크 가치 창출로 이전해왔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 그런 가치 중 확실한 한가지 형태는 분산이다. 그리고 미디엄에 발행된 뭔가가 웹에서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는 섬같은 곳에 발행된 동일한 것보다 청중을 찾아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훨씬 더 많이 알게 된 네트워크가치의 더 흥미로운 점은 질적인 피드백이다. 강조(highlight)[1]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시다:
(트위터 인용) Shane Mac “글쓴이로서, 미디엄에서 강조 기능은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여러분은 글쓰기에서 가장 힘있는 문장을 단번에 알게 된다.”
그리고 이건 단지 글쓴이만을 위한 이점이 아니다. 내가 뭔가 읽고 내가 팔로한 누군가가 강조한 것을 봤을 때, 이는 즉시 해당 단락과 전체 맥락을 더 의미있게 그리고 인상깊게 만들어 준다.
반응(response)[2]은 개방된 미디엄 플랫폼과 성장하는 네트워크간 결속력을 더욱 강하게 해주는 또다른 거대한 요소이다.
사람들이 어떤 회사의 소액결제 서비스에 깊이있는 생각으로 제기한 의문과 그리고 그 회사의 공동창립자가 사려깊은 반론으로 반응한 것을 읽게 된다면, 그건 멋진 일이다. 이건 전통적인 블로그 댓글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그리고 일어나는—일 중 하나지만, 미디엄에서 반응이란 기능은 그들에게 (창작자로서) 노력을 쏟도록 할 동기를 더 많이 부여해 주고 누군가에게 그게 발견될만한 확실한 가능성을 더 많이 열어준다. (옛날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트랙백처럼 말이다.)
내게 반응 기능에 대해 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처음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으로부터 온 흥미로운 글 한 토막을 옮겨 본다 : “난 그게 원글을 쓴 사람에게 내 의견을 공론화해주는 글토막을 발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에 맞춰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요소(stuff)를 모두 파악해내진 않았다. (즉석에서 이뤄지는 다중 부분 대화는 따라잡기가 좀 어렵다.) 하지만 매일 우리는 이런 활동의 증가와 미디엄의 네트워크 파워의 훌륭한 사례가 현실화하는 것을 접하고 있다.
(트위터 인용) mike kadziulis “만일 당신이 사려깊은 글을 당신의 작업물에 개입해 줄 커뮤니티에 발행할 창구를 찾고 있다면 미디엄을 써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미디엄은 퍼블리싱 도구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건 네트워크다. 서로가 쌓아올려가는 생각의 네트워크다. 사람들의 네트워크다. GIF의 네트워크다(그래 우리도 이런 기능 있다—확실히 해 두자면 우리만 있는 건 아니지만).[3]
이 아래 여러분 마음에 든 부분들을 강조하고/하거나 반응 기능으로 글을 써서 여러분의 생각을 (길든 짧든) 알려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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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역자 주: 강조는 미디엄 독자에게 피드백을 유도할 수 있도록 포스팅 본문 일부를 부각시키는 기능. 다른 블로그 서비스에 없음.
[2]역자 주: 반응은 미디엄 독자가 포스팅 내용이 끝나는 위치에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기능. 역시 다른 블로그에는 없음.
[3]역자 주: GIF에 대한 언급은, 이 문맥에선 gif애니메이션 표시 기능을 뜻함. 미디엄의 편집기는 텍스트 위주의 글쓰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른 글쓰기 플랫폼에선 별 것도 아닌 gif애니메이션 표시 기능도 두드러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임.
트위터의 창업자이자 미디엄의 창립자 겸 CEO인 에반 윌리엄스의 미디엄 공식 포스팅 [Medium is not a publishing tool]을 번역 게재함. 150520 페이스북 노트(구버전)에 올렸던 것을 150930 노트(새버전)에 재작성 후 160709 개인 블로그에 옮긴 뒤 160805 재편집. 170402 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