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앱 에버노트를 주 업무 도구로 써 왔다. 우연한 기회로 프리미엄 계정을 쓰게 됐다. 사흘 전쯤부터다. 월 업로드 용량 제한을 무료 계정의 60MB에서 10GB로 확 늘려 준다는 점에 신이 났다. 개별 노트로 200MB에 달하는 자료를 담을 수 있다는 점도 유용했다. 그간 보관하지 못했던 멀티미디어 파일을 에버노트에 넣기로 했다. 몇GB쯤 되긴 했지만 10GB 상한선에 닿으려면 여유가 많아 보였다.
경솔했다. 업로드 제한 용량을 다 쓰고 윈도용 에버노트 클라이언트에서 위 이미지와 같은 안내를 받았다. 당초 업로드하려던 모든 파일이 에버노트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모자랐던 것이다.
용량이 부족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업로드하면서 몇몇 수백MB 용량의 노트가 중복 생성된 게 의심스럽긴 하다. 중복 생성된 자료가 에버노트 서비스에 동기화하기 전에 지우긴 했지만, 그 용량까지 회복되진 않나보다. 그래서 업로드 제한 용량을 뛰어넘었나보다. 확실치는 않다. 짐작할 뿐이다.
문제는 업로드 제한 용량을 다 쓴 뒤다. 어떻게 될지 몰랐다. 알고 나니 당황스럽다. 새 노트를 저장할 수 없는 상태다. 자료를 더 이상 동기화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텍스트 문서만을 추가하는 것도 안 된다. 기본 업무로 매일 몇 건 이상의 텍스트 문서를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는 처지에 이런 제약은 난감하다. 임기응변으로 원시적인 텍스트 파일 기반 환경으로 돌아갈 수야 있지만 아득하다. 업로드 제한이 초기화되는 다음달 23일은 아직도 멀었기 때문이다.
업로드 공간 부족 안내문을 보면, 제한 초기화 상태 전에도 동기화를 제외한 자료 입력에는 기능적인 제한이 없는 듯 나온다. 실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노트를 쓸 수 없다.
노트를 쓰려고 시도하면 새 창을 띄울 때부터 저 팝업 창 안내가 나타난다. 그리고 안내문의 확인을 누르지 않으면 편집모드로 들어갈 수 없다. 편집모드로 들어간 뒤 파일을 작성하고 저장하려고 하면 다시 저 안내가 뜬다. 그리고 ‘자세히 알아보기’를 누르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확인을 눌러 닫으려고 하면 계속 재생성된다.
자세히 알아보기를 누르면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업로드 제한과 관련된 FAQ 웹페이지(https://help.evernote.com/hc/ko/articles/209005827)로 연결된다. 마침내 진실이 나타난다. 월 업로드 용량을 소진한 프리미엄 사용자가 에버노트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미 작성한 노트의 텍스트를 고치거나 첨부 이미지를 회전하는 것 정도뿐이다.
에버노트는 내게 이럴 수 없다. 나같은 우량 사용자에게 이런 폭력적인 제한을 가하면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열받지 않고 넘어가기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알아보지 않고 쓴 것 자체는 내 불찰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업로드 용량 상한선에 도달하면 더 이상 새 노트를 추가할 수 없다는 점을 내게 한 번이라도 경고해 줄 수 있었다. 내가 빠르게 월 업로드 용량을 소진하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안 에버노트가 한 거라곤 내게 특별히 유익해 보이지도 않는, 에버노트 사용방식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하라는 안내를 보낸 거였다. 설문조사 참여 안내를 보낼 수 있다. 그러면서 월 업로드 용량 소진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핵심적인 제약에 대해 주의를 줬어야 했다. 에버노트는 그러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댓가로 내가 얻은 것이라곤 배신감뿐이다.
—
161029 추가함.
이 글에 댓글이 달렸다. 에버노트 고객센터에 연락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고객센터에 내 상황을 설명했다. 업로드 용량 제한을 맞딱뜨려 한가득 불만을 품은 채. 며칠 뒤 업로드 용량 5GB를 추가해 줬다는 고객센터 측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프리미엄 사용자에겐 이렇게 업로드 용량 부족시 무료로 추가 조치를 해 주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사용 불능이 됐던 에버노트 클라이언트 앱을 다시 정상적으로 쓸 수 있었다.
사용자로선 당장 불편이 해소됐기 때문에 더 이상 따질 필요는 없어졌다. 다만 업로드 용량을 소진한 프리미엄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추가 용량을 제공하는 에버노트의 대응이 어떤 정책에서 기인하는지 궁금했다. 직업적 호기심의 발로로. 몇 가지 의문이 더 남았지만 회신 메일을 보고 고객센터 답변에 직접 추가 질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공식 질의 후 기사를 썼다. 답변은 기사를 다 쓴 뒤에야 받았지만 기사에 영향을 줄만한 내용은 없었다.
170402 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