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수신함 용량 고갈

0. 요새 멀쩡한 직장과 수입이 있는데 가처분소득이 모자라 생계가 곤란한 사람을 가리켜 워킹푸어라 부르는 모양이다. 내겐 멀쩡한 컴퓨터와 이메일계정이 있는데 가처분용량이 모자라 메일활용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이니 이메일푸어 정도로 불림직하다. 이거 너무 진지하게 썼나. 망했네. 업무용 메일 처치가 곤란해 진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많다보니 이 주제로 기사도 두 번을 썼다. 하나는 ‘지메일, 10GB는 모자라’…용량관리 이렇게(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21213011804)고 다른 하나는 MS 메일용량 무제한? 공짜는 없다(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50112171128)다.

피처 이미지
맥북에 띄운 G메일 사이트. [출처=Pixabay https://pixabay.com/ko/%EC%95%A0%ED%94%8C-%EB%A7%A5%EB%B6%81-%EB%85%B8%ED%8A%B8%EB%B6%81-%EA%B8%B0%EC%88%A0-%EC%8A%A4%ED%81%AC%EB%A6%B0-gmail%EC%9D%80-%EB%A9%94%EC%9D%BC-%EC%A3%BC%EC%86%8C-691323/]
1. 메일을 많이 보내고 많이 받고 많이 쌓아 둔다. 중복 메일이나 스팸이 아닌 한 안 지운다. 쌓인 걸 다 합치면 4만건 50GB를 족히 넘긴다. 이걸 다루려고 웹메일을 여럿 쓴다. 네이버 카카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사실 네이버와 카카오 메일은 사실 카페 공지 수신용일 뿐이다. 구글의 G메일과 MS의 아웃룩닷컴 사용 비중이 크다. 굳이 둘 다 쓰는 이유는 두 서비스에 부여한 역할이 달라서다. 일반적인 주요 송수신 메일을 아웃룩닷컴이 보관한다. 장기적으로 열람가능성이 있어 못버리는 업무 메일을 G메일이 보관한다. G메일에 보관한 게 압도적으로 많다.

2. 아웃룩닷컴에 다 보관하면 편하겠지만 그리 안 된다. MS가 저장용량을 한정없이 주지 않았다. 아웃룩닷컴 용량한도 자체는 계속 조금씩 늘어 왔다. 다만 내게 필요한 만큼 빨리 늘지 않았다. 또 명시적으로 용량이 얼마라 알려주지 않는 게 문제였다. 1년 전쯤이었다. 처음엔 용량을 알아서 늘려준다기에 멋모르고 많은 메일을 쏟아부었다가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을 맞은 적이 있다. 이후 G메일이란 서비스가 귀하다. 모든 메일을 한 데 모을 용도로는 아웃룩닷컴을 쓸 수 없다. G메일을 쓰는 이유다.

3. 구글은 용량한도가 넉넉하기도 하거니와 현황이 분명해서 좋다. G메일 계정당 15GB라는 공간을 공짜로 준다. 돈을 좀 내면 더 많은 공간을 쓸 수 있다. 월 2천400원 가량이면 100GB를 쓸 수 있다. 이 돈 내기 싫어서 G메일 계정 여러 개를 만들어 무료 용량을 확보해 쓴 적도 있다. 푼돈 아낀 값 치곤 너무 번거로웠다. 관리에 손이 많이 갔다. 돈 좀 써서 여러 계정 무료 용량 다 합친 것보다 많은 공간을 한 계정에 쓰는 게 나았다. 몇 달 써 본 결과다. 이제 이만한 웹메일 대량 보관 서비스가 없다.

4. 아웃룩닷컴은 못 버렸다. 업무용 외의 메일을 여기 잔뜩 쌓았다. 맘같아선 전부 G메일에 몰아넣고 싶은데, 큰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짐작컨대 아웃룩닷컴에 장기보관한 메일도 1만건 10GB쯤 되겠지 싶다. 다 옮겨도 G메일에 40GB는 남으니 이론상 합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G메일 용량을 공연히 소비하느니 계속 늘고 있는 아웃룩닷컴 용량을 쓰는 게 낫겠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이고 실제로는 어떨지 알 수 없는 노릇. 옮기는 데 한세월 걸릴 거라 짐작하기도 어렵지 않다.

5. 전체적으로 이렇게 쓴다. 우선 회사 계정으로 받은 모든 업무 메일을 아웃룩닷컴에 다 집어넣는다. 아웃룩닷컴에 가져온 업무 메일을 필터 기능으로 7가지로 분류한다. 보도자료, 질의응답, 취재요청, 취재분야 관련 뉴스레터, 사내커뮤니케이션, 보조취재분야 관련 메일, 취재원과의 개별적인 커뮤니케이션, 7가지 폴더에 나눠 넣는다. 여기까지는 대체로 자동이다. 이가운데 보도자료 폴더는 월초마다 직전 월에 받은 1개월치 메일을 G메일로 보낸다. 이건 수동이다. 모든 취재원, 직장동료와의 메일 송수신도 아웃룩닷컴에 남게 한다.

6. 아웃룩닷컴 기반 통합 메일 관리 체계엔 아쉬움이 크다. 상반기까지 쾌적했다. 1개월치 메일을 G메일로 옮길 때만 클라이언트를 썼고 일반적인 업무용 메일 송수신은 전부 웹메일로 할 수 있었다. 올하반기부터 이게 불가능해 피곤해졌다. 과거엔 아웃룩닷컴 POP3로 회사 업무 메일을 다 끌어왔고 이걸 아웃룩닷컴내 자동필터로 분류했다. 새 아웃룩닷컴은 외부 계정 연결이 POP3도 IMAP도 아닌 이상한 방식이다. 자동필터 동작방식도 완전 바뀌어, 외부 계정에서 가져온 메일을 못 분류한다. MS애저 오피스365 인프라에 아웃룩닷컴이 통합된 이후 변화다. 개판이다.

7. 사실 유료로 쓴다면 카카오(다음) 메일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19,900원에 1년간 무제한용량을 제공한다고 하니까. G메일은 100GB 저장공간을 쓰는데 1년에 28,800원 이상이 드니까, 많은 메일을 보관 중이라면 카카오 메일이 훨씬 저렴할 수 있다. 이 점이 솔깃해 이 쪽에 모든 메일을 이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을 잠깐 했다. 하지만 결제를 한 이후 실제 무제한용량이 즉시 가용한 건지, 아웃룩닷컴처럼 누적 시간에 따라 쓸 수 있는 용량 한도가 슬슬 늘어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후자라면 안 쓰느니만 못하다. 쓰는 사람 있으면 붙잡고 이것 저것 묻고 싶다.

170402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