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드워즈 이렇게 쓰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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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컴퓨터에 띄운 웹사이트 분석 대시보드 화면. [출처=Pixabay]
블로그를 만들고 구글애널리틱스로 방문자 통계를 내고 있다 보니 10월말부터 구글이 애드워즈로 내 사이트를 광고해 방문자를 유치하라는 광고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10만원까지 구글 애드워즈 크레딧을 보전해 줄테니 돈을 좀 써 보라는 제안이었다.

애드워즈 광고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는 궁금했다. 애초에 돈 벌려고 만든 블로그가 아니거니와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블로그에까지 돈을 써야 하나 싶었지만, 10만원까지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손해볼 건 아니다 싶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구글계정에서 구글애널리틱스를 쓰려면 애널리틱스 관리계정을 별도 생성하는 것처럼, 애드워즈 역시 사용하기 위해 애드워즈 고객ID라는 걸 생성해야 한다. 이는 ○○○-○○○-○○○○ 형태의 숫자 10자리 일련번호로 만들어진다.

고객ID를 생성한 다음 과정은 이렇게 요약된다. 광고비 결제를 위해 신용카드를 등록한다. 캠페인 관리 화면에서 검색어 키워드를 설정한다. 검색네트워크에 노출시킬 광고 문안을 작성한다. 광고 문안을 제출하면 구글이 검토 후 캠페인을 집행할 수 있게 된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캠페인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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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드워즈 텍스트 광고 문안 작성 화면.

광고 문안에는 4가지만 입력하면 된다. 사이트 URL, 제목, 짧은 소개문, 긴 소개문. 이미 결정된 사이트 URL을 제외하곤 뭘 어떻게 쓸지 통 감이 오지 않았다. 사업을 하는 것도 내력이 깊은 것도 일관성 있게 운영되는 것도 아닌, 그냥 블로그에서 홍보용 문구 뽑기는 힘들었다.

대단한 효과를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전속결 하기로 했다. 짧은 소개문은 “현직 IT기자의 취미노트”로, 긴 소개문은 “디지털 트렌드 소개, IT분야 영어 칼럼과 기사 번역, 서비스 체험기, 문제 해결 팁.”으로 적었다. 제목은 “IT 올레둘레”라 썼다.

광고 캠페인의 ‘설정’ 탭에선 광고를 어떤 지역 및 국가에서, 어떤 언어 검색결과에, 어떤 입찰전략으로 노출시킬 것인지 지정할 수 있다. 나는 ‘모든 국가 및 지역’에서 ‘한국어’로 된 검색결과 페이지에 ‘클릭수 최대화’ 전략으로 노출시키겠다고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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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드워즈 캠페인 키워드 설정 화면.

광고 캠페인의 ‘키워드’ 탭에선 광고를 어떤 키워드에 연관지어 노출시킬 건지 정할 수 있다. 해당 키워드가 연관된 구글의 검색결과나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광고에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사용한 키워드 목록은 다음과 같다.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정보기술. 디지털. 구글 번역. 저작권. 개인정보. 머신러닝. 구글 지도 검색. 클라우드. 오픈소스. it뉴스. 프라이버시. 구글 위성 사진. 구글 지도. 구글맵스. 웹표준. 인공지능. 구글 길찾기. 프론트엔드. 구글 중국어. 구글위성. 구글 지도 검색 압법. 구글 map. 지디넷코리아. 구글 영어로. 구글 위성 지도 검색. 구글 지역정보. 구글 네비게이션. zdnet korea. 기계학습.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까지는 내가 직접 선택한 키워드 목록이다. 아래는 내가 애드워즈 캠페인에 사용하긴 했지만 내가 직접 선택하지 않은 키워드 목록이다.

구글 빠른 길 찾기. 구글whel. 구글 위성 사진 보기. 구글 영어버전. 구글 맵 지도 검색. 구글 한국 지도 검색. 구글 지도 검색 등록. 구글 네비게 션 다운. 구글 좌표 검색. 구글지도 좌표검색. 구글 지도 주소 검색. 구글 위성날씨. 구글 언어 변환기. 구글 단어. 구글 여행. 구글 좌표. 구글 포켓몬. 제4차 산업혁명. 구글 검색 언어.

다른 키워드는 그렇다치고 ‘구글whel‘라는 키워드는 너무 한심하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들어간 키워드다. 내가 캠페인에 쓴 키워드인데, 그걸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는 건 이런 얘기다.

애드워즈 캠페인을 돌리다보면 구글이 내 캠페인 방식에 이런저런 간섭을 한다.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단 거다. 이 과정에서 키워드의 갯수를 늘리고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키워드를 입력하고, 그 키워드의 입찰 전략이나 패턴을 변경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호기심의 비용 95,536원

구글이 제안하는 광고 캠페인 변경 제안사항은 언뜻 보기에 다 그럴싸해 뵈지만, 위의 한심한 키워드에서 볼 수 있듯이 그 효과나 제안을 곧이곧대로 따랐다간 폭망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이런저런 제안을 다 따르다보면 후불제인 구글 애드워즈의 입찰전략이나 시간당 광고단가가 확 올라가버린다. 별다른 유입 효과 없이 돈만 더 쓰게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난 직접 설정한 키워드만으로 발생시킨 클릭수가 구글의 제안을 따랐을때보다 더 많았다.

이제 결론을 내리자면 애드워즈는 돈낭비였다. 최종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11월 22일부터 12월 21일까지 1개월간 클릭수 최대화 전략을 사용해 최대9만5천536원을 썼고 사이트를 4만52회 노출시킨 결과 463번의 클릭수를 발생시켰다. CTR은 1.16%고 평균 CPC는 206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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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드워즈 캠페인 집행일자별 클릭수 및 청구금액.

11월 22일부터 30일까지는 내가 직접 설정한 키워드만 적용했는데 이 1주일 사이에도 캠페인 활동에 따른 일일 클릭수가 20회를 넘은 날이 2번 있었다. 그 후 12월 1일부터 22일까지는 구글이 제안한 키워드를 포함시켰는데 이 3주간 20회를 넘긴 날이 고작 3일밖에 없었다.

여담을 적자면, 애초에 10만원짜리 매칭 크레딧을 노리고 시작한 일인데, 크레딧 혜택을 받는 데 실패한 듯하다. 프로모션 코드가 적용됐고 한달간 실제 크레딧 적립이 진행돼 ‘잔액’에 누적되고 있다 여겼는데, 카드 자동결제가 발생하면서 어째선지 ‘잔액’이 차감됐다.

차감 후 남은 ‘잔액’은 1,024원이다. 결제 정보의 프로모션 코드 이력을 열어 보면 해당 코드의 이력 자체는 남아 있지만, 적립된 크레딧이 얼마고 적용된 날짜가 언젠지는 안 나온다. 이게 제대로 처리된 건지, 크레딧 혜택이 무효화한 건지, 나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의문이 든다. 내 카드에서 1개월간 애드워즈 사용 금액만큼 결제가 이뤄졌으니, 지금 시점엔 해당 금액만큼의 크레딧이 애드워즈 계정에 ‘잔액’으로 표시돼야 하는 것 아닌지. 만일 계정에 ‘잔액’으로 표시된 게 이미 적립된 크레딧을 의미한다면, 내 카드 결제금액을 돌려받아야하는 것 아닌지. 이걸 평일 업무시간에만 전화가 가능한 구글 애드워즈 상담원 문의를 통해 확인해야 하나.

한편 구글 애드워즈는 구글코리아의 수입으로 잡히지 않을 것 같다. 사용 금액을 원화로 보여주고 결제도 원화로 진행하지만, 전표매입지역은 한국이 아니다. 결제승인문자에 따르면 영국(GB)에서 결제를 청구한다. 원화표기인 이유는 해외원화결제(DCC) 방식을 쓰기 때문인 듯하다. DCC 방식은 현지통화 결제보다 수수료를 더 발생시키기 때문에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불필요하게 돈을 더 쓰게 만드는 걸로 안다.

10만원 상당의 크레딧 적립을 실현할 수 없게 되더라도 애드워즈를 통해 초보적인 온라인 마케팅 툴 사용 경험을 얻었다는 점에 수긍하기로 했다. 구글 애드워즈 크레딧이 빠진 건지, 내 카드결제로 연결된 은행계좌의 돈이 빠져나갈 건지, 둘 다 벌어질 일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추후 결과가 확인되면 이 글에 반영할 계획이다.

(추가)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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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드워즈 캠페인 알림 문구. 프로모션 쿠폰의 크레딧 지급 요건을 충족했다는 내용이 와 있었다.

(161226) 못 받을 줄 알았던 애드워즈 프로모션코드 혜택(크레딧)을 받았다. 현지시각 24일에 96,836원 상당의 크레딧이 애드워즈 계정으로 들어왔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상응하는 크레딧을 주기 위한 절차를 밟는 데 전산상 1~2일이 걸리는 모양이다. 이로써 왠지 회의적이었던, 프로모션코드 혜택이 과연 적용되겠느냐는 의문 하나는 해결됐다.

위 의문을 야기한 근본 원인은 애드워즈 계정 ‘거래내역’ 페이지에 이상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용어 2가지다.

아래 캡처된 거래내역 페이지를 보면 내가 애드워즈 캠페인을 운영한 기간동안의 날짜별 캠페인 성과 또는 결제 처리와 그에 따라 발생한 ‘청구 금액’, ‘크레딧’, ‘잔액’, 3가지 값이 표기된다. 청구 금액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청구 금액은 말 그대로 내가 설정한 광고 캠페인이 집행된 결과에 따라 청구된 실질 광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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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드워즈 캠페인 최종 거래내역. 자동 결제로 지불한 크레딧, 그에 상응해 발생된 프로모션 코드 크레딧, 이를 합산 적용한 잔액 값을 알 수 있다.

나머지 용어 ‘크레딧’과 ‘잔액’, 2가지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애드워즈 프로모션코드 혜택을 받게 되면서 크레딧의 개념을 가까스로 알아차렸다. 크레딧 항목에 값이 기록된 건 딱 2번이다. 한 번은 22일에, 내 카드 결제 비용 95,836원이 발생하면서다. 이 비용은 크레딧 항목에 마이너스 값을 뜻하는 괄호 표기 형태 ‘(95,836)’로 기록됐다. 다른 한 번은 24일 프로모션코드 혜택이 적용되면서. 이번에도 괄호 표기 형태로 ‘(96,860)’가 기록됐다.

이는 크레딧광고비를 차감, 상쇄해주는 값임을 의미한다. 즉 내 애드워즈 계정이 사용한 광고비 중 95,836원 어치를 카드 결제로 상쇄했고, 이후 프로모션코드 혜택을 통해 96,860원 어치를 추가로 상쇄했다는 뜻이다.

크레딧이 뭔질 이해하니 잔액의 본래 의미도 알게 됐다. 잔액은 요컨대, 광고 캠페인을 집행해 발생한 청구비용에서, 크레딧으로 차감되지 않은 나머지 금액이다.

잔액이 뭔지 감을 잡기 어려웠던 이유는 그 상식에 반하는 표현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잔액이라고 하면 미지출금, 남은 돈을 의미하지만 애드워즈에선 그런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애드워즈에서 잔액은 나날이 발생한 ‘청구 금액’을 누적 합산한 값, 즉 일종의 ‘빚’이었다. 이게 늘어날수록 내게 지출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잔액이라는 한국어 개념과 상충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애드워즈의 잔액은 마이너스통장의 계좌잔고에 가깝다.

위에 올린 캡처 이미지에서 내 애드워즈 계정 잔액은 마이너스다. 잔액이 마이너스라는 건 내가 구글에 진 빚이 마이너스, 즉 오히려 구글이 추가로 청구하는 금액에 지불할 여력을 갖고 있는 상태임을 뜻한다. 이는 프로모션코드 혜택으로 추가 크레딧을 받은 덕분이다. 프로모션코드 혜택을 통해 내가 돈을 쓰지 않고 지불할 수 있게 된 금액은, 이미 내가 카드 결제를 통해 지불한 금액 95,836원과 일치한다.

그래봤자 애드워즈가 돈낭비였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이후 추가) 구글 애드워즈 사용 경험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 이후 방문자 통계 도구를 굳이 구글 애널리틱스로 쓰지 않게 됐다. 지금은 개인 추적 코드에 의존하지 않고 순전히 방문자 통계 기능에 집중하는 코코 애널리틱스 플러그인을 사용한다.

170402 옮김. 240222 편집. 코코애널리틱스 소개 글 링크 추가.